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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림·연출가 박진신,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 콜라보 무대…사자·강아지의 상상속 아프리카 여행기…신구간 소통·우정 메시지 담아
나미비아와 말라위, 케냐, 그리스,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를 돌며 현지 악기를 수집하고, 국내에 제3세계 음악을 알려 온 가수 하림(37). 대학로 소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마임 공연을 3개월 간 뚝심있게 밀어붙인 마임이스트 겸 연출가 박진신(35). 둘의 공통분모는 ‘낭만’과 ‘아날로그 감성’, ‘비주류’다.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인 둘이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로 만났다.

하림은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늘 스토리텔링, 이미지, 그림 등 연극적 요소를 입히고 싶었다”고 했다. 박진신은 마임 영역에 그치지 않고 “설치미술과 디지털미디어 등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고 소개했다.

7~8년 전 월드뮤직 그룹 두 번째달의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난 둘은 2009년 하림이 기획한 월드뮤직퍼포먼스 ‘집시의 테이블’에 박진신이 마임으로 참여하면서 급격히 친해졌다. 하림은 “만화나 그림의 프레임(틀) 속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상상력이 강한, 뛰어난 마임이스트”라고 박진신을 치켜세웠다. 

마임이스트 겸 연출가 박진신(왼쪽)과 가수 하림(오른쪽)이 함께 작업한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는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하림이 동질감을 느낀 박진신에게 아프리카 음악인형극을 제안하면서, 두 번째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해지는 아프리카’는 하림이 음악을, 박진신이 연출과 극작까지 맡았다. 이 작품은 만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제작 지원하는 ‘두산아트랩’에 선정돼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스페이스111 무대에서 빛을 보게 됐다.

‘해지는 아프리카’는 2008년부터 하림이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쓴 곡 17곡으로 채워진다. 아프리카어로 ‘천둥소리’를 뜻하는 ‘모시’부터 아프리카 아이들의 신발을 보고 쓴 ‘폐타이어 신발’까지 각곡은 아프리카 대륙의 어머니 품 같은 넉넉함, 해질녘의 노을, 초원을 뛰노는 동물과 아이들 등 아프리카의 풍광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박진신은 “형님 음악의 색깔은 힘이 있더라. 노래의 바탕에는 낭만이 있지만, 그 위로 표출되는 에너지가 있다”면서 “그림이 음악을 훼손시키거나 방해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첫 번째였다”고 연출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극 구조는 그래서 단순하다. 이야기는 동물원에 홀로 남은 늙은 사자에게 어느 날 버림받은 강아지가 다가오면서 시작한다. 강아지를 위해 자신이 떠나온 고향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초원 이야기를 해주면서 사자와 강아지가 상상 속의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 늙은 사자가 표현하는 아프리카, 강아지가 상징하는 새 생명의 희망, 신구 간의 소통과 우정 등이 극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박진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푸른달이 인형 제작을 맡았다. 아날로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누런 종이로 커다란 입체 인형을 제작하고, 봉제인형과 스틱인형 등 세 가지 형태를 추가했다. 여기에 마임이스트 정명필의 샌드아트와 그림자극이 배경으로 쓰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하림은 “자비로운 늙은 땅 위에서 사는 미래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대본을 보고 첫눈에 너무 마음에 들었다”면서 “음악은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장르이며, 마임도 상상력의 작업이다. 둘의 장점을 잘 살려 관객에게 상상력의 여지를 잘 열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전통악기 음비라와 칼림바 연주로 토속적인 색채를 덧칠했다. 하림은 “음비라와 칼림바는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기타를 주고 물물교환해 온 악기들이다”고 소개했다. 그밖에 젬베, 더블베이스 등 악기 구성은 단조롭다.

‘해지는 아프리카’는 하림이 기획, 추진 중인 ‘기타 포(for)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하림은 공연 수익금 중 일부를 아프리카 지역에 기타를 보내는 후원 활동을 몇 년째 해오고 있다. 하림은 “내가 보낸 기타로 데뷔를 한 사람도 있다. 영감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했다.

그는 또 “두산아트랩 공연이 끝나면 나중에 대학로 푸른달 극장 무대에서 정식 공연으로 올리고, 다른 아티스트들도 참가시켜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 박진신과 함께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 섞인 계획도 털어놨다.

박진신은 “아이가 봐도 좋고, 어른이 보면 더 좋은 공연인데, 공연장을 나서면서 모두가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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