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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전기요금개편-세제개편 닮은꼴…정부 또 눈속임하나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전기요금 개편안의 핵심은 중간구간 통폐합이다. 200~300KWh, 300~400KWh, 400~500KWh를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요율이 발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가구 월평균 전력소비량은 251KWh, 요금은 3만3000원이다. 만약 중간구간 요율이 기존 300~400KWh 구간으로 결정되면 평균가구는 지금보다 1.5배인 약 1만6500원, 400~500KWh 구간으로 결정되면 2.22배 약 4만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각각 30만원, 50만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동하절기 전기료폭탄 없앤다’ ‘서민부담 줄인다’라고만 했지, 일반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는지 내리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상의 전기요금 자율화인 연료비연동제까지 도입한다고 하니, 따지고 보면 전기요금이 오르는 건 분명하다. 혹서ㆍ혹한기에는 다른 달보다 덜 내지만, 나머지 달에는 더 내라는 뜻이다. 준조세적 성격의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고 부른다. 세금부담이 커지는 게 분명하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은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과 닮았다. 정부 원안은 중간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하위소득자들을 돕는 게 골자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표현을 빌리지만 “연소득 3500만원 이상을 중산층 이상, 고속득층이라며 세금을 더 내라고 한” 개편안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금부담은 조금 늘어나지만 증세는 아니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결국 세부담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마사지’했다. 하지만 결국 중산층 ‘증세’로 판명이 났고, 부랴부랴 세금 더 낼 중산층 숫자를 줄였다.

특히 지난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를 그대로 둔 점과,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서 산업용 요금을 건드리지 않은 점도 꼭 닮았다. 이명박정부 5년간 기업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국민들의 실질소득과 삶의 질이 그만큼 나아졌던가? 15년 전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민의 저축과 ‘금 모으기’ 등 고통분담이었다.

복지를 하려면 증세가 필요하고, 전력대란과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솔직히 털어놓고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세금 더 걷으면서 증세 아니라고 하고, 전기요금 더 내라고 하고선 부담 줄어든다니, 국민이 원숭인가?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눈속임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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