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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외환위기’ 국내 기업, 구매력 감소ㆍ환차손 우려에 촉각
[헤럴드경제=김대연ㆍ도현정ㆍ정태일ㆍ박수진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따른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이 증폭되면서 현지 시장에 진출했거나 수출 및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인도ㆍ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 바 ‘취약한 다섯 나라(Fragile 5)’의 경우엔 자금이탈에 대응하는 긴축정책 등으로 시장의 구매력 감소가 불가피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과 현지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화가 강세가 지속 될 경우 원재료 구입이나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한 환차손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의 환율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매력 저하 불가피...삼성ㆍ현대차ㆍLG그룹 “예의주시”= 22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7월 까지 인도 시장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8%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해 공장을 준공한 브라질(191.18% 증가), 최근 증산을 완료한 터키(13.95%)의 경우에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판매가 6.12% 줄어들었다.

물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현대차 판매비중은 3.6%, 기아차는 2.6% 수준. 호주를 제외할 경우엔 1.5%, 1.3% 정도로 동남아 판매 비중이 15.7%인 도요타, 13.2%인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사례 처럼 정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인도네시아 수출은 지난 5월 부터 석달 연속 월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발 금융위기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현지 영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현지 매체는 삼성전자가 50억 루피(약 956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휴대전화 제조시설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갤럭시 S3, 갤럭시 S4 등 최신 전략폰 등 휴대전화 12종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가시화 될 경우 현지 업체들의 저가 제품 보다는 갤럭시 S4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이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최근 전략 스마트폰 LG G2를 공개한 LG전자에도 인도 위기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월까지 공급 완료 예정인 통신 사업자 중 인도 시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 또한 글로벌 순차 출시됐던 이전 제품들과 달리 LG G2는 글로벌 동시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여서 별도로 출시를 미루기도 힘든 상황이다.

▶원재료 달러 구매 많은 철강 업계, 환율변동에 촉각= 최근 글로벌 현지 생산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철강업계들도 촉각을 곤두 세우긴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얼마전에는 터키 코자엘리주 이즈미트에 연간 생산량 20만t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또 동국제강은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와 공동출자해 일관제철소 설립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해 환산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지통화로 매출이 이뤄지는 만큼 환율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료 구매도 주로 달러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달러화가 강세가 지속 될 경우 구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향후 중국 포함 신흥국 전반 환약세 변화에 대응을 강화하고자 그룹차원 통합 환관리 및 거점센터 법인 역할을 강화해 환관리 대응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매력 저하? 불황에 강한 홈쇼핑 “기회도 있다”= 다만 인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홈쇼핑 사업을 진행중인 GS샵은 현 상황을 좋은 벤더(제품 공급업체) 확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홈쇼핑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채널보다 가격이 저렴해,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하다. 인도에서도 중상류층의 소비가 다소 위축되면 백화점 등을 찾던 소비자들의 시선이 홈쇼핑으로 쏠릴 것이고, 고급품을 선보이던 벤더들도 신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홈쇼핑을 파트너사로 찾을 것이라는 게 GS측 판단이다. GS샵은 인도 전역에 약 6500만가구를 대상으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CJ오쇼핑도 인도에서의 위험은 연초부터 대비를 해온 덕에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전했다. CJ오쇼핑은 루피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부터 2개월 단위로 판매 제품 가격을 3~5%씩 올려왔다. 가격 인상이 단행된 것만 해도 올해 벌써 4차례 정도여서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전언이다.

홈쇼핑은 채널 특성상 생필품을 많이 팔기 때문에 가격만 맞는다면 사업에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연초부터 가격 조절을 꾸준히 해와, 올해는 적자폭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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