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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수싸움...‘제안→뜸 들이기→역제안‘ 신(新) 남북관계 문법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박근혜 정부 들어 ‘제안→뜸 들이기(혹은 거부)→역제안’의 프로세스가 남북관계의 신(新) 문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느 한쪽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일정기간 탐색전을 거친 후 당초의 제의를 뒤집어 역제의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끔 수정하는 과정이 정례화되고 있다. 남북대화 초기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수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일 정부의 금강산 관광 회담 수용은 이같은 남북관계 신(新) 문법의 결정판으로 읽히고 있다.

사실상 5년만에 본궤도에 오른 남북대화는 농구로 치자면 ‘속공’(速攻) 보다는 ‘지공’(遲攻)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느 한쪽의 제안을 호탕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일정 기간 뜸을 들이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현미경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안→역제안’(혹은 수정 제안)이 일상화되고 있다.

정부는 금상산 관광 회담을 하자는 18일 북한의 제의에 사흘동안 뜸을 들였다. “금강산 관련해선 긍정 부정도 모두 아니다. 남북관계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신중하게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말로 북한의 애를 태웠다. 여기엔 금강산과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하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의 고도의 계산된 셈법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20일 금강산 관광 회담 재개를 역제의하면서 날짜를 9월 25일로 못박은 것도 이같은 셈법에서 비롯됐다. 금강산 관광 회담을 이산가족상봉 이후, 그리고 개성공단이 실질적으로 정상회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 이후로 미뤄 놓아 우리 정부가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대화를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와함께 남북관계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최소 한달간의 ‘탐색기간’을 두면서 완급을 조절해 나가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남북간예는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하나하나 해야하는 시점”이라며 “한꺼번에 풀려면 오히려 상황이 꼬일 수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 역시 ‘제안→뜸 들이기(혹은 거부)→역제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놓고 ‘판문점(남측)→금강산(북측)→판문점(남측)→?(북측)’ 등의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이 나흘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최종 제의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산가족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연계하면서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북대화의 신(新)문법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으로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대북정책에 대한 탐색전의 성격이, 남측도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변화된 권력구조 및 대화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와관련 ”양측 모두 정치적으로 남북대화를 이어갈 수 뿐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서든 주도권을 쥐고 선공을 펼치든지, 아니면 상대방의 선공에 적절하게 대응해 자신의 의도에 맞게끔 상황을 재편시키려려다 보니 ‘제안’과 ‘역제안’의 과정이 생기고, 시간적 공백도 생기고 있다”며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러한 흐름속에서 남북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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