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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는’ 복지 ‘쓰디 쓴’ 예산전쟁
중앙정부-지자체 재원분담 치열한 신경전…정치권은 포퓰리즘 쏟아놓고 가교역은 나 몰라라
기초노령연금
고교무상교육
0~5세 무상보육
쓸곳은 많은데
세수는 되레 감소

정치권은 표의식
복지공약 남발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부랴부랴 부작용 검토

지자체장 많은 민주당
중앙정부 양보 요구
내년 지방선거도
복지공약이 쟁점될듯


국민이건, 주민이건 돈 주는 복지 마다할 리 없다. 하지만 복지하겠다고 제 주머니 있는 돈 내놓으라면 모두가 고개를 저을 게 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복지재원 갈등도 결국 서로 복지를 하겠다면서, 제 주머니는 털지 않겠다는 입장대립의 결과다.

세금 더 걷는 복지는 안 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도 결국 유리지갑을 손대려다 호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세금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2013년 대한민국의 복지 현실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또 한 차례 복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 공약인 ‘누리과정’은 만 0세부터 5세까지 무상교육 약속이다. 이 과정을 위해 복지부는 3827억원을, 각 지자체는 3920억원을 준비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도 2조6400여억원을 따로 마련했다. ‘노인복지’의 대표작인 기초노령연금도 총 재원 3조9725억원 가운데 75%인 2조9636억원은 중앙정부가, 25%인 1조89억원은 각 지자체가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채웠다. 지자체 선거가 아닌 대선에서 나온 공약이지만, 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마련한 셈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복지합작’은 꽤 오랜 역사를 가졌다. 복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80년부터 시작된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는 대한노인회가 건의하고, 청와대가 결정했다. 부담은 100% 지자체 몫이었지만,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인데다 지방자치제 실시 전이라 반발은 존재할 수 없었다. 지난해 서울 1~4호선에서만 소요된 비용은 약 16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민주정부 시대가 열리고,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이젠 지자체들도 고분고분하지 않다. 아무리 조세법률주의라서 중앙정부와 국회가 세금 관련 정책과 법안을 정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고교 무상교육을 약속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 내년부터 5524억원으로 시작, 완전 무상교육이 시행되는 2017년까지 4년간 총 6조6224억원을 마련해야만 한다.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주는 예산이 많다지만,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돈을 줬다가 뺏는 양 여길 수 있다.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허리띠는 지방정부가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과 지방 간 갈등조정은 양쪽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정당, 즉 정치권의 몫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리 정치권의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 바람’으로 재미를 봤던 야당, 그리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 맞바람’으로 승기를 잡은 여당 모두 ‘돈 쓸 곳’만 나열해 왔을 뿐,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하고, 또 누가 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애써 무관심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중단’ 논쟁, 그리고 경기도의 이번 ‘무상급식 중단’ 엄포도 무책임한 정치권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복지재원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지방선거도 10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권도 부랴부랴 복지갈등 해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방재정영향평가’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치인, 또는 중앙정부가 어떤 복지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것이 지자체 재정에 줄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사전 검토하는 작업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자체들이 부동산 거래 침체로 세입은 줄은 반면, 복지지출은 계속 늘고 있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복지 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더 많은 지자체장을 보유한 민주당은 중앙정부의 양보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을 결정한 복지는 갈수록 커지는데, 이에 따른 지자체의 고충을 수십년 동안 외면해왔던 중앙정부가 이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돈을 더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담배소비세 등 지방세목 인상 등은 민주당이 중심이 된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주장하고, 정부도 일정 부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대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간 기부 문화에 주목하기도 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미국식 기부문화 확산을 통한 민간복지의 확대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강제적인 조세를 통한 정부복지만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그 저변을 넓혀감으로써 자발적인 민간복지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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