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작가 인체조각 접한 피노티 “변형없는 변주…김영원 작품, 놀랍다”
“지난해 5월, 한국 조각가 50여명의 작품을 이탈리아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즐겨 찾는 피에트라 산타 광장에서 ‘한국 조각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김영원의 조각은 나를 빨아들였다. 나도 인체조각을 하지만 그는 인체를 변형시키지 않고도 다양한 변주를 한다는 게 놀라웠다.”

이탈리아 구상조각계를 대표하는 작가 피노티(73)는 한국 작가 김영원(66)의 조각에 매료됐던 순간을 이렇게 밝혔다. 같은 인체 구상조각을 하는 두 작가는 의기투합해 이탈리아 북동부의 파도바 시에서 2인전을 열기에 이르렀다. 당초 조촐한 전시로 기획됐으나 파도바 시가 주최자로 나서면서 대규모 초대전으로 확대됐다. 오는 25일까지 파도바시 시청광장과 시립미술관, 공원서 계속될 전시에 두 작가는 각기 대표작 30여점을 선보인다.

피노티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임에도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하는 등 진심어린 배려를 했다. 이들의 전시는 이탈리아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고, 주요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탈리아 파도바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인전 개막식에 참석한 피노티(왼쪽)와 김영원 작가.

전시가 열린 파도바는 갈릴레오가 교수로 있었던 유서깊은 명문 파도바대학(1222년 개교)과 르네상스미술의 발아점이 된 지오토(1266~1337)의 프레스코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베니스에서 불과 30분 거리여서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도시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으로 유명한 김영원은 “피노티가 시청광장 같은 요지는 모두 양보하더라. 때문에 도시를 오가는 이들에게 8m에 달하는 대작을 선보이게 됐다”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감상을 피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인간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시선과 조형성을 지닌 동서양 작가의 조각이 설치됨으로써 고즈넉했던 파도바는 새로운 예술도시로 활기를 띠고 있다.

피노티는 “김영원을 만나보니 나와 공통점이 무척 많더라. 때때로 눈을 감고 작업한다는지, 작품을 몽땅 깨뜨려버린 것 등등. 그래서 3000년 전 로마 어디 궁전에서 그를 만난 것 같다. 아! 그가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모습도 기억난다”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