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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실 폐쇄 · 단축근무 · 외출자제…구매 떨어지고 치안불안 발 동동
현지 한국기업, 소비심리 위축·거래선 관리 걱정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현지의 테러와 대규모 소요 사태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자스민 혁명)으로 본격화됐던 아랍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 바람, 이른바 ‘아랍의 봄’이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시 경제와 치안 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이 대표적이며, 아랍의 봄은 아니나 국내 기업 진출이 많았던 이라크 역시 테러와 종파 간 갈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19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과도정부와 반(反)정부 세력의 유혈 사태가 격해지고 있는 이집트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등 국내 기업 16곳이 진출해 있다. 대 이집트 누적 투자금액만 광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70건 1억8779만달러에 이른다.

이집트는 2011년 30년 독재 무바라크를 축출한 뒤 이듬해 무함마드 무르시를 첫 민선대통령으로 선출했으나, 지난달 3일 군부가 무르시를 축출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면서 폭력 시위와 강경 진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유혈충돌에선 공식 사망자만 800명을 넘어섰다. 소요 사태가 격해지다 보니 당연히 현지 진출기업들 역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 감소와 거래선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시내 주요 대리점 등의 피해를 우려해 일부를 잠정적으로 폐쇄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도 소비심리 위축과 현지화(EGP) 평가절하로 차량 판매가 줄고 있다. 범한 판토스는 세관과 선사의 단축근무 실시, 사무실 폐쇄 등으로 물류 통관이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대 이집트 수출은 지난해 18억달러에서 올해는 7억2000만달러(5월 누적 기준)로 전년동기 대비 0.4% 감소한 상황. 코트라 측은 “현지 바이어 인터뷰 결과, 정정불안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라마단 기간이 겹쳐 이집트의 올해 3분기 수입도 하락할 전망”이라며 “현지화 평가절하로 구매력이 감소하고 내수 위축 및 수입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시정부의 공권력 취약 상황 속에서 요인 암살, 폭탄 테러, 탈옥 등 치안불안 요인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리비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한국인에 대한 강도 및 차량 강탈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트리폴리 인근에서 무장 세력에게 주행 중 차량 강탈 사고가 2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집트, 리비아와는 좀 다르지만 이라크 역시 미군 철수 이후 종파 간 갈등이 거세지면서 총격 사건과 폭탄 테러가 빈번해지고 있다. 4ㆍ24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 5월에만 테러 사망자가 895명에 달해, 과거 5년간 월 기준으로 최대 사망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5월 이후에는 테러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위험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달 초에도 바그다드 일대의 폭발과 총격으로 최소 47명이 숨졌다. 특히 코트라 무역관, 주(駐)이라크 대사관 현지직원 및 가족 들의 경우에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쿠르드 지역에 우리기업 6개사가 진출했으며, 상대적으로 치안 사정이 열악한 바그다드 지역에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 11개사가 사무실을 개설했다. 작년 6월엔 한화건설이 80억달러 규모 비스마야 주택건설 사업을 수주했으며 9월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총 12개 건설업체들이 바그다드와 바스라에 진출했다.

치안 사정이 악화되자 현재 한화건설, 가스공사, 현대 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4개사는 공사 현장의 순찰을 강화하고 경호 병력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가급적 외출과 출장 등을 자제하고 있으며 현지사업도 다소 위축된 상태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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