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 사람> “회사서 ‘안 사원’으로 불릴때 뿌듯”
LG서 제2인생…‘미수다’ 출신 안젤라 씨
LG서 일한다고 엄마가 더 좋아해
콜롬비아 가면 뼈해장국 그리울듯


많은 사람이 그녀를 본 순간 “앗”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름이 당장 떠오르진 않더라도 낯익은 얼굴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요새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엔 이런 사원들이 많다. 콜롬비아 출신의 안젤라 아라우호 씨 때문이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많은 한국인에게 얼굴을 알린 그녀는 지난해 9월 LG전자의 직원이 됐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뭔가 한국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마침 LG에서 유학생 전문 전형이 있는 것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방송도 재미는 있었지만, 사실 성격에는 안 맞아습니다. 군인 출신인 아버지도 제가 방송보다는 회사에서 일을 하길 원하셨고요.”

안젤라는 몇 번의 인터뷰와 시험을 거쳐 경쟁자들을 제치고 합격했다. 다른 지원자들처럼 인턴이나 사회생활 경험은 없었지만 7년 반 동안 익힌 능숙한 한국어와 학교 취업동아리에서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이력서에도 방송경험은 안 썼어요.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죠. 그런데 면접 때 보니 같이 시험봤던 친구들 중에는 제가 제일 한국인 같더라고요(웃음). 까만 치마 정장에 까만 코트를 입고 앉을 때도 손을 무릎에 모으고 앉고 그랬는데. 제 옆에 있던 남자 지원자는 캐주얼 차림에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서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LG전자에 합격했을때,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셨다. 대기업 같은 개념이 없는 콜롬비아다보니 한국에서 딸이 직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시다가, 그 회사가 LG라는 걸 알고 “네가 LG를 들어갔다고, 우리집 TV랑 세탁기 만든 그 1등 회사 LG를?”하고 더 좋아하셨다고 한다.

입사 이후 안젤라는 1년간 각종 교육을 받았다. 생산 현장과 베스트숍, 본사 등을 오가며 제품 정보부터 매장관리, 프로모션 하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배웠다. 미야 3거리 숍에선 행사에도 참여해봤고, 서울 스퀘어에선 마트 매장에서 고객 응대도 해봤다. 지난 3월부터는 여의도 본사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배우고 있다.

그녀 표현대로 하면 옛날에는 전자제품은 잘 모르던 ‘일반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걸 알아야 하는 사람이 됐다. UHD TV, OLED TV 등 첨단 제품이나 소비자 요구를 꼼꼼하고 치밀하게 반영한 910리터 냉장고를 보면서는 특히 뿌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안젤라를 ‘안 사원~’이라고 불러주는 LG의 동료와 선배들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선배가 우리 회사는 사람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다녀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다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바쁜데도, 멘토들이나 팀장들이 하나하나 정말 열심히 챙겨주세요.”

9월이면 안젤라는 교육을 마치고 LG전자 콜롬비아법인에서 일하게 된다. 역시 한국의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쌍둥이 언니 마르가리따는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가는 안젤라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7년 반이나 있었던 한국생활을 마치려니 마음이 썩 편치는 않다.

“뼈해장국을 참 좋아하는데 콜롬비아 가면 먹고 싶어질 것 같아요(웃음). 저한테는 콜롬비아로 돌아가는 게 큰 도전입니다. 그 도전 안에 LG가 크게 자리잡고 있는 거죠. 그런 LG를 위해서 제가 하는 일에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어요.”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