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아우른 17곡…팬들 ‘떼창’ 화답
데뷔 45년 만에 첫 록페스티벌 무대에 선 ‘가왕’은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록임을 대중에게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지난 14,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슈퍼소닉 2013’이 펼쳐졌다. 조용필은 둘째 날인 15일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아티스트가 대형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4월, 10년 만의 정규앨범인 19집 ‘헬로(Hello)’를 발표한 조용필은 브릿팝과 모던록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세련한 음악으로 전 세대를 강타했다.
15일 저녁 10시25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의 무대가 시작됐다. 20~30대 관객이 주를 이루는 여느 록페스티벌과는 달리 조용필의 공연엔 한눈에 보기에도 중장년층 관객의 비중이 높았다. 이번 페스티벌의 홍보를 담당한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팬클럽 회원 1000여명이 단체로 티켓을 구매하는 등 다른 록페스티벌에 비해 중장년층의 예매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공연의 내용은 큰 틀에서 전국 투어와 유사했지만, 록페스티벌답게 세트리스트(공연 예정곡)는 ‘미지의 세계(7집)’ ‘자존심(4집)’ ‘꿈(13집)’ ‘판도라의 상자(16집)’ ‘바운스(19집)’ ‘헬로(19집)’ ‘모나리자(10집)’ ‘나는 너 좋아(5집)’ 등 철저히 록을 중심으로 꾸며졌지만, 중장년층 관객을 배려한 듯 특정 앨범에 치우치지 않는 선곡이 돋보였다. 평소 라이브로 잘 선보이지 않는 ‘해바라기(10집)’를 새롭게 편곡해 앙코르곡으로 선보였다.
‘가왕’ 조용필이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슈퍼소닉 2013’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PMC네트웍스] |
‘모나리자’와 ‘바운스’ 같은 대형 히트곡 무대에선 슈퍼스타들의 전유물인 이른바 ‘떼창’(관객들 모두 같은 노래를 합창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까지 이뤄지며 공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흥을 참지 못하고 일어선 나머지, 좌석과 스탠딩석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평소 입버릇처럼 록페스티벌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연주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던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최희선도 가슴이 깊게 파인 민소매 티셔츠로 한껏 멋을 부리며 이번 공연이 록페스티벌임을 실감케 했다. 조용필은 별다른 멘트 없이 앙코르 포함 1시간20여분 동안 총 17곡을 밀도 있게 선보이며 첫 록페스티벌 나들이를 성황리에 마쳤다.
조용필은 출연료 전액을 기부해 실력파 인디 밴드들을 위한 무대인 ‘헬로 스테이지’를 88잔디마당에 마련해 찬사를 모으기도 했다. ‘헬로 스테이지’엔 십센치(10㎝)ㆍ해리빅버튼ㆍ좋아서하는밴드ㆍ루시아ㆍ슈가볼 등 다양한 밴드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6월 30일 대구 공연을 끝으로 상반기 전국 투어를 마친 조용필은 다음달부터 순천(9월 7일)을 시작으로 울산(9월 14일)ㆍ수원(9월 28일)ㆍ일산(10월 5일)ㆍ광주(10월 12일)ㆍ창원(10월 19일)까지 하반기 전국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