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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맥 · 인맥 풀리니…명품 해조류도 달렸다
창조경제 마중물 '청년전용창업자금' 성공사례 <하> JK인터내셔널
은행 문턱도 못넘은 오민상 대표
가능성 본 중진공 1억 지원받아
미역귀·매생이 등 생산시설 마련
발벗고 나선 사람들도 큰 도움

“올 매출 10억…2년만에 10배로
수출길 열고 5년내 100억 목표”


“사업은 돈과 사람이 반이다.” 모두가 그렇게 얘기했다. 오민상(32) 대표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2010년 가업을 물려받겠다며 고향인 전라남도 완도군으로 내려왔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아버지가 물려준 ‘폐 미역 공장’이 유일했다.

조금은 수월하게 살 수도 있었다. 오 대표는 남들이 말하는 이른바 ‘명문대생’이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두기는 했지만, 한때는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다.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 인턴사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다.


오 대표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만을 바라며 청춘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고향에 내려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향에 내려온 오 대표가 해조류 가공업체인 ‘JK인터내셔널’을 세운 건 2011년 1월. 아버지가 운영하다가 실패한 미역가공 공장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낡은 공장 설비를 교체할 자금도, 판로를 개척할 인맥도 없는 상황 속에서 JK인터내셔널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2011년 JK인터내셔널의 매출은 고작 800만원. ‘폐업’이 빤히 보였다.

조치가 필요했다. 오 대표는 은행 문을 두드렸다. 자금을 확보해 공장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대출의 이자납부 연체기록 탓에 신용등급이 9등급으로 떨어져 있었다. 오 대표는 대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은행을 나와야 했다.

그런 그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오 대표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오로지 그가 가진 ‘가능성’에 1억원이라는 사업자금이 지원됐다. 그 돈으로 오 대표는 계절별로 다시마, 매생이, 미역귀 등 다양한 품목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마련했다.

오민상(오른쪽) 대표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그가 가진‘가능성’에 1억원이라는 사업자금이 지원됐다. 그 돈으로 오 대표는 미역귀 등 다양한 품목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마련했다.                                                                                                                                                            [사진제공=JK인터내셔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자 중진공의 지원은 ‘사람’으로 이어졌다. 전남지역본부의 김병호 본부장과 강우영 과장, 이혁구 전문위원 등 수많은 사람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지역에 자리 잡은 청년의 꿈을 고사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그들은 우선 JK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제품을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해조류’로 키우기로 합의했다. 오 대표를 중진공 호남연수원에서 진행되는 ‘명품 CEO 아카데미’에 참석시켰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의 CEO들이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오 대표의 인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오 대표가 회사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아카데미 관계자의 소개로 ‘2012 이노비즈 포럼’을 찾은 오 대표는 이곳에서 자동차나 선박의 도색을 건조하는 데 쓰이는 원적외선 건조기를 보게 됐고, 6개월에 걸친 제조업체와의 협의 끝에 JK인터내셔널만의 특징인 ‘원적외선 해조류 건조기’를 탄생시켰다.

원적외선 건조기로 날씨와 관계없이 고품질의 다시마를 생산할 수 있게 된 JK인터내셔널의 올 상반기 매출은 7억원가량. 올해 목표매출이었던 10억원을 벌써 70%나 달성했다. 2011년 매출 800만원에서 열 배 가까이 뛰어오른 수치다. 나아가 JK인터내셔널은 원적외선 해조류 건조기의 특허를 제조업체와 공동출원하고 국내와 일본 판권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오 대표는 “5년 안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해 JK인터내셔널을 지역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JK인터내셔널을 컨설팅한 이혁구 전문위원은 “하반기에는 JK인터내셔널의 명품 해조류가 일본 등 해외로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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