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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진출 하라는데…금융사들 수년째 적자 ‘허덕’
손보사 지난해 640만달러 당기순손실
증권업계도 1340억달러 적자 기록
‘흑자’은행권도 당기순익 11.8% 감소

체계적 전략없이 진출땐 되레 毒될수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수익구조 다변화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점포는 수년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전략없이 해외점포만 늘릴 경우 오히려 금융회사의 수익 구조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하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영업점 실적에 따르면 은행권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회계연도 2012년 상반기) 기준 23개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는 64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그나마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손실폭이 1410만달러 감소한 것.

손보사의 경우 그해에 발생하는 자연재해, 대형사고 등에 따라 손익 규모가 달라지긴 하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해외점포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비교우위의 상품이 있거나 브랜드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 손보사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해외에 86개 영업점을 갖고 있는 증권업계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 진출한 14개국 중 11곳에서 적자가 났고 흑자는 홍콩,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3곳에 불과했다. 적자 규모는 2010년 6670만달러에서 2011년 9080억달러, 지난해는 134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적자폭이 크게 축소됐지만 경영여건은 악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는 해외점포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증권업계의 해외점포 수는 90개→93개→86개로 축소했다.

해외 점포가 가장 많은 은행권(139개)도 해외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억3620만달러로 전년보다 11.8%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96%, 순이자마진율(NIM)은 1.59%로 각각 0.23%포인트, 0.41%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ROA가 각각 0.47%, 0.44%인 점과 비교하면 해외점포의 수익성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경영상황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초국적화지수’는 3년째 4등급(최하 5등급)에 머물고 있다.

한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원화가 미국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금리에 이점이 없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금융비전심의위원회를 만들고 금융한류분과를 개설해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기존의 성장 전략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면서 “중ㆍ장기적인 측면에서 해외진출을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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