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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일년에 천만원대 등록금 내고도 매년 수강신청 대란 겪어야 하나?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대학생들에게는 매년 예고된 대란(大亂)이 있다. 알고도 막지 못하는 대란, 바로 수강신청이다. 2학기 수강신청 시즌이 시작되면서 서울대와 서강대, 경희대가 이번 주 수강신청을 마쳤다. 다음주에는 연세대, 고려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강신청을 할 예정이다. 인터넷 신청 방식의 수강신청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이유는 원하는 과목, 인기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수강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온갖 전략과 편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착순으로 먼저 접속을 하고 신청을 하는 현재 방식에서는 남들보다 빠르게 수강신청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각종 편법도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계속 로그인을 시도하는 자동 프로그램)이나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는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에게 필수로 자리잡았다. 학교측에서도 이런 편법을 막기위해 자동로그인을 방지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고 보니 대학가 주변에서는 혀를 차는 사람들이 적잖다. ‘연간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과목, 반드시 들어야할 과목조차 듣지 못하는 이런 열악한 대학내 교육환경이 과연 정상적일까’

인기과목 신청경쟁에서 밀리는 것이야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반드시 이수해야할 전공필수 과목 조차 정원 초과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영학과 같은 인기과목들은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매년 정원을 훌쩍 넘기게 되고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수에게 찾아가 애걸복걸을 한 뒤 겨우 수업을 듣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보고다.

한 대학의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몰리는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수요를 파악해 과목을 늘리려고 하지만, 교원확보율과 관련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계절학기를 통해 수강기회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또한 정규학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계절학기라는 임시방편을 통해 해결하려 하므로 대학의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학교측의 안일한 준비로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 7일 서강대에서는 수강신청에 학생들이 몰리자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몇 분간 다운됐다. 학생들은 “일년에 단 두 번, 수만명이 몰리는 것도 아닌 수강신청기간에 서버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등록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와 같은 경쟁체제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강신청은 사실상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의 편의와 정당한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학교측이 애쓰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그들이 듣고자 하는 과목을 증설하고, 들어야 하는 과목을 비싼 계절학기가 아닌 정규학기에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학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한 신청경쟁을 할 수 있도록 서버관리 등을 구축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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