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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재적 범죄자’ 취급, 이해는 하지만…” 택시기사ㆍ택배기사 하소연
[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훈일(인턴) 기자] 요즘 여성들 사이에선 ‘기사 주의보’가 내려졌다. 야간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기사 범죄가 늘고, 택배기사를 가장해 독신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택시기사ㆍ택배기사 대다수는 “세상이 흉흉하니까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선량한 대부분의 기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택시운전 경력 9년째인 김형복(56) 씨는 “술에 취한 여성 승객이 택시에서 잠든 경우 목적지에 도착해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으면 혹시 성추행으로 신고 당할까봐 흔들어 깨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7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김태균(54) 씨도 “한 여성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갑자기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 그날은 공치는 셈이 된다. 야간에 손님 많이 태우고 가장 활발히 일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이(44) 씨도 최근 씁쓸한 일을 겪었다. 며칠 전 새벽 12시께 한 여성이 택시에 탔는데 다짜고짜 택시 자격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승객은 “부모님께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을 보내려 한다”고 대답했다. A 씨는 “요즘 하도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이해는 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뭔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자격증을 허락 없이 찍어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30대 택시기사는 “택시 안에서 벌어진 범죄나 성추행에 대해 결백을 증명하려면 택시 안에 실내 카메라 등을 장착해야 한다”며 “나 역시 범죄자로 억울하게 몰리지 않기 위해 손님이 이상하게 군다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몰래 녹음을 하면서 운전을 한다“고 했다.

택배기사들의 고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택배 경력 6년차 이재열(35)씨 “최근 들어 확실히 여성들은 문을 안 열어주고 많이 우리를 경계한다”며 “집 안에 있으면서도 택배를 문 앞에 두고 가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명학(48) 씨는 “사람들이 의심을 하거나 불친절하게 굴어도 일이 너무 바빠 기분 상해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무뎌졌다”고 말했다.

택배기사가 치한으로 몰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박은준 CJ대한통운 서부사업소 센터장은 “한 택배기사가 배송을 갔는데 여성이 속옷 바람으로 나와 당황하며 물건을 건네 주었더니 ‘왜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냐’며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흉흉해진 세상 때문에 성실히 일하는 많은 택배기사들이 의심을 받고 곤욕을 치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들도 어쩔 수 없긴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 집에서 서울 강남 직장에 다니는 A(30ㆍ여) 씨는 야근이 잦아 밤에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만다. A 씨는 “야간 택시를 타면 절대 졸지 않고, 새벽에 자는 친구를 억지로 깨워서라도 전화통화를 하며 집까지 간다. 기사 아저씨를 꼭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기보다 스스로 지키기 위해 여성이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경계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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