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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모르는 휴대전화…512만원 납부하라니?
법원,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
계약 체결 추정 원고패소판결



서울에 사는 설모(51) 씨는 올해 초 통신사로부터 날아든 한 장의 독촉장을 받았다. 지난 1년간 두 대의 휴대전화에 대한 사용대금 512만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휴대전화 개통 사실을 모르고 있던 설 씨는 누군가에게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통신사에 문의, 제출된 가입신청서와 주민등록증 사본을 확인했다. 통신사가 받았다는 가입신청서에는 설 씨가 실제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주소가 기재돼 있었다. 주민등록증 사본 역시 가짜였다. 설 씨는 통신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했다. 하지만 역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김대성)는 설 씨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통신사가 신용카드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본인 확인을 거쳤기 때문에 설 씨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휴대전화 등 각종 통신 서비스가 늘면서 명의 도용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이동전화 명의 도용 가입’ 관련 상담 사례는 620건으로, 전년 동기 46건에 비해 13.5배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명의 도용 피해자 700여명이 단체로 통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민간 자율기구인 통신민원조정센터 집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명의 도용 관련 분쟁 조정 신청 290건 중 63.1%인 183건은 이용자 책임이 인정돼 기각 처리됐다. 이곳에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법원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설 씨의 경우처럼 패소하는 것이 다반사다. 당사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조정센터와는 달리 법원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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