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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父女 대통령 모두 보좌
朴대통령-김기춘의 각별한 인연
다른 ‘7인회’ 멤버와 마찬가지로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하며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으로 파견 중이던 1974년 8월,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혐의로 체포된 재일동포 문세광 수사에 투입된다. 당시 서른다섯의 ‘김기춘 검사’는 프랑스 샤를 드골 암살 미수사건을 다룬 추리소설 ‘자칼의 날’을 인용하며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던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다. “혁명을 하기 위해 왔다며 이렇게 비겁하게 입을 다물면 되겠느냐. 당당하게 밝힐 것은 밝히라”고 했던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면 검사로서 ‘영부인 저격사건’이란 엄중한 사건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김 실장은 이미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김 실장은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이다.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상청회는 1966년 설립된 모임으로,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 재학생 모임인 청오회 회원이 졸업하면 자동으로 가입된다. 정수장학회에 유달리 관심이 깊었던 육 여사의 눈에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지난달엔 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 자리를 맡을 정도로 박정희-육영수 부부와는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청회 회장 출신 김 실장의 실력을 박 전 대통령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1972년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박 대통령은 당시 법무부를 통해 비밀리에 헌법 개정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이 작업을 담당했던 신직수 장관은 김기춘 당시 과장에게 실무를 맡겼다. 사실상 유신헌법의 골격이 김기춘 과장의 손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 내외의 눈도장이 찍힌 김 실장은 문세광 수사에서 다시금 실력을 입증받고 이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청와대 비서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한다.

전두환-노태우정부 시절에도 잘 나가는 검사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역임한 김 실장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고, 이태 뒤인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박근혜 의원과 해후한다.

2005년 박근혜 대표 시절, 3선의원이던 김 실장은 당시 초선의원이 맡던 여의도연구소장을 맡는다.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의 깊은 신뢰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에는 정계를 떠나 에너지재단 이사장에 전념했지만, ‘법치와 원칙’을 내세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박 대통령 당선 이후 법조인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맡기도 했다. 총리 후보에서 중도하차한 김용준 인수위원장, 정홍원 총리는 물론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발탁도 김 비서실장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실장의 사위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인수위원회에서 고용복지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누구보다 두텁지만 정치적 논란도 적지 않다.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했던데다, 중앙정보부 대공업무 근무경력 그리고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1992년 정부 기관장이 14대 대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부산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됐던 경력 등 때문이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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