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7인회는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김기춘 靑 비서실장 전격 기용…朴대통령 조력자 그룹 정치 전면등장 예고편인지 주목
‘대통령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권력’ 또는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원로 모임’.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한동안 가라앉아있던 ‘7인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치호사가는 박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으로 꼽곤 한다. 그러나 7인회 본인들은 하나같이 ‘침소봉대’됐거나 ‘그냥 밥이나 먹는 모임’이라고 애써 의미를 줄인다.

▶‘박근혜’를 부를 수 있는‘밥 먹는’모임=7인회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대선 전후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전면등장하며 대권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자연스레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주변의 인물을 살폈다. 그 과정에서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 7명에 시선이 모아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7인회라는 이름에 손사래를 친다. 정례적으로 만나거나,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정치 행위는 전혀 없다는 이유다.

좌장 격인 김 전 의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가끔 만나 식사하고 환담하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다른 멤버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최 전 대표는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이 만들어낸 이름으로 넘겼다. 현 전 의원도 “7인회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 가끔 만나서 밥을 먹는 정도”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 본인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인회가 세간의 주목을 처음 받았던 지난 4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7인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 그분들의 초청에 한두 번 오찬에 간 적은 있지만, 멘토 그룹은 결코 아니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대 거물 정치인인 ‘박근혜’를 부를 정도의 모임은 분명한 셈이다.

▶‘백설공주’의 수호천사들=어찌됐건 박 대통령 집권 후 7인회를 그저 밥먹는 모임으로 여기는 정치인은 본인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특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어진 7인회 인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에서 활약했던 이들의 모습을 아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7인회는 과거 아버지 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군, 행정부, 정치권, 언론계의 요직에서 일했던 공통된 경력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영부인 대행 시절부터 이들과의 교류가 깊었던 셈이다.

교류의 깊이는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험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김 상임고문과 강 국회의장, 최 전 대표는 당시 경선캠프 고문으로 활동했고, 이번에 비서실장이 된 김 전 장관은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안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현 전 의원은 외곽에서 한강포럼을 주도했다.

비록 당시 당 경선에서는 아깝게 밀렸지만, 이때 경험이 5년 후 박 대통령의 대권 시나리오의 밑거름이 됐고, 당시 7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러다보니 소위 ‘친박계’라 해도 단둘이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박 대통령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전화 한 통화쯤’ 바로 할 수 있는 게 바로 7인회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을 때 직접 통화할 수 있고, 또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도 받는 사람들”이란 말로 박 대통령과 7인회의 관계를 정의했다.

▶진문공의‘개자추’, 박근혜엔‘7인회’=중국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인 진문공(晉文公)이 방랑할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개자추(介子推)는 끝내 벼슬을 살지 않았다. 7인회도 박 대통령 당선 직후 공적인 움직임을 크게 자제했다. ‘혹시나 누가 될까봐’ 스스로가 몸을 낮췄던 것이다. 강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긴 했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새누리당 내 공개 경선을 거친 결과였다. 대통령의 덕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집권 초 총리와 장관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하는 과정에서 ‘7인회’가 오르내리기는 했다. 문제 인사들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이 바로 이들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과거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던 내정자 또는 후보자의 판에 박힌 말은 “그럼 어떻게 박 대통령이 이들을 알게 됐을까”로 이어졌고,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7인회에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물론 추측일 뿐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7인회가 이제 정치 전면에 전격 등장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김 신임 실장은 취임 첫날 민주당의 천막당사를 방문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집권 첫 해 후반기, 탐색전을 끝내고 본격적인 통치에 나서는 박 대통령의 조력자로서 7인회가 전면에 나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7인회 멤버>

김용환(81) 새누리당 상임고문, 13~16대 국회의원, 박정희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 및 재무부 장관 역임
김용갑(77) 15~17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상임고문, 전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총무처 장관, 육사 17기, 전두환 정권 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최병렬(75) 새누리당 상임고문, 14~16대 국회의원, 전 한나라당 당대표(2004년), 노태우정권 때 문화공보부 장관
안병훈(75) 박정희정권 때 청와대 출입기자(조선일보),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기춘(74) 15~17대 국회의원, 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노태우정권 때 법무부 장관, 2007년 박근혜캠프 선대위 부위원장
현경대(74) 11~12와 14~16대 국회의원, 전 민주자유당 원내총무, 2007년 박근혜캠프 선대위 고문
강창희(67) 11~12와 14~16ㆍ19대 국회의원, 전 과학기술부 장관, 현 국회의장, 육사 25기(하나회)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