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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념뿐인 디자인은 가라, 일상을 바꿀 디자인이 온다”…광주디자인비엔날레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미리 보는 Hot 프로젝트10 >>

흔히들 ‘디자인’하면 매끄러운 자동차 디자인이나 예쁜 화장품 용기 정도만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은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농업이며 수산업처럼 디자인과 가장 거리가 멀 것같은 영역도 참신한 디자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버스승강장 디자인도 가능하며, 쓰레기봉투 디자인도 가능하다. 또 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버려진 앞마당의 디자인 등등 디자인의 세계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이들 영역이 참신한 디자인과 만날 경우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마련이다. 

오는 9월 6일 개막하는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이처럼 디자인의 새 영역에 도전한다. 11월3일까지 광주시 일원에서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를 주제로 개최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총 20개국에서 358명의 디자이너가 주제전, 본전시, 특별전에 총 6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이 낳은 건축거장 구마 겐코와 런던디자인미술관 관장인 데얀 수딕, 비비안 웨스트우드, 폴 스미스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참여한다.

광주광역시 버스승강장을 위한 디자인.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올해는 5회째를 맞아 딱딱한 미학적 담론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따라 실제로 유통가능한 제품개발이 대거 진행되며, 동시대 디자인산업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장과 유망주들이 망라됐다. 또 상품으로 나오기 직전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여럿 제시되고, 디자이너들의 따끈따끈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이영혜 총감독(디자인하우스 대표)은 “‘거시기, 머시기’는 디자이너에게 ‘것이기, 멋이기’로 읽힐 수 있다.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을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감안해 창의적인 ‘멋’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세계”라며 “이번 비엔날레는 지역과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 디자인의 경제적 부가가치에 촛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디자인의 사회적, 공익적 역할을 환기하는 공공디자인과 ‘착한 디자인’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채널로써 ‘디자인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또 “디자인을 알고 가까이 하면 나의 감각이 올라가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삶이 달라진다. 디자인이야말로 신성장 동력”이라며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현장의 디자이너들과, 의사결정자(디시전 메이커)인 기업인, 행정가가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품작 중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젝트 10을 미리 만나본다.

①우리 전통을 현대의 맥락으로 푼 김백선의 ‘거시기 머시기’=올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인 ’거시기 머시기'를 Old & New(올드 & 뉴)의 맥락으로 푼 주제전 프로젝트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김백선은 한지와 목재로 대형공간을 조성한 뒤, 그 속에 일상 속에서 우리 겨레와 함께 해온 200여점의 디자인을 전시한다. 옛 물건의 실용적 의미를 뛰어넘어, 그 물건이 품고 있는 디자인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다.
디자이너들은 실내 건축공간 뿐 아니라 정원, 밭까지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밭을 디자인하다‘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녹색식물과 화초를 광장에 심고, 폐천막으로 쉼터를 만들 예정인 최시영이 경기도 용인에 같은 맥락으로 선보인 정원카페 ‘ALEX THE COFFE’. [사진제공=AXIS DESIGN]

②담양의 대숲 쌀을 조명한 ‘싸전’ 디자인=특별전인 ‘농사와 디자인’ 중 강신재와 최희영 두 디자이너는 곡창지대인 호남의 쌀을 주제로 ‘싸전 디자인’을 시도한다. 대나무 숲의 따사롭고 청명한 햇살을 받고 자란 담양 쌀의 우수성을 모던하고 절제된 공간 구성을 통해 강조할 예정이다. 대숲 사이에 스며든 빛의 디테일과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담양 쌀의 청명함을 부각시키게 된다.

③광주 전남지역 10개 쌀 브랜드의 패키지=신예 디자이너들로 결성된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센터장 김남훈교수)는 광주 전남이 ‘자랑하는 10개의 쌀 브랜드의 현재의 획일적인 디자인과 새로 제안한 패키지디자인을 나란히 전시한다. 또 최근들어 1인, 2인 가정이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손에 쏙 들어오는 깜찍한 쌀 패키지도 개발 중이다. 이들은 새로 디자인한 250g짜리 쌀 패키지를 비엔날레 관람객 6만명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노현욱 연구원은 “쌀 소비가 날로 주는 상황에서 호남의 명품쌀을 차별화된 소량 패키지로 선물해 수요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신예 디자이너들은 광주 도심에 버려지는 쓰레기봉투를 새롭게 디자인해 ‘부드러운 조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패션샵 자투리공간에 들어섰던 최시영의 ‘스쿱가든’.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슬로우 라이프’를 주제로 가든을 디자인한다. [사진제공=AXIS DESIGN]

④이제 정원과 밭도 디자인 시대=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최시영은 ‘밭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비엔날레전시관 야외광장에 팔레트와 폐천막으로 정원을 연출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일모아울렛 앞 자투리 땅에 정원카페 ’스쿱가든‘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의 너른 벌판에 ‘알렉스 더 커피’라는 비닐하우스를 농촌마을 밭자락 옆에 만든 최시영은 그동안 썰렁하기 이를데 없었던 비엔날레전시관 앞을 녹색의 식물과 어린이 놀이터, 쉼터가 곁들여진 정원을 조성해 한결 싱그런 초입으로 바꿔놓을 참이다. 최시영팀이 내건 슬로건은 ‘도심에서의 착한 취미-슬로우 라이프'이다. 

⑤스포츠와 디자인의 상관관계 탐구한 런던발 디자인= 지난해 7~11월 영국 런던디자인뮤지엄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Designed to Win(승리를 위한 디자인)’전이 광주를 찾는다. 현대의 스포츠와 디자인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의 외관에만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 기능적 안전성 성능적 측면에서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실증적인 전시다. 영국 런던의 Urban Salon대표인 알렉스 모왓이 디렉팅한 전시이다. 

농업 또한 디자인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메론농가를 위한 디자인.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⑥일본 출신의 세계적 건축 거장 구마 켄코의 대나무 브릿지=대나무를 이용한 부드럽고도 친환경적인 건축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구마 켄코는 비엔날레 전시관을 잇는 브릿지를 숨쉬는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대나무를 연결한 특유의 공간연출로 삭막하기 이를데 없었던 연결램프엔 생명의 활기가 가득찰 전망이다. 

⑦장인과 디자이너 협업 통해 공예의 산업화 모색=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손재주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정부는 무형문화재 제도로 전통공예의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솜씨와 작품이 현대의 소비자에게 보다 폭넓게 선택되려면 지금 활약하는 센스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꼭 필요하다. 감각과 실용면에서 오늘날의 호흡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트디렉터 손혜원은 10명의 장인과 10명의 디자이너를 연계해 수공예및 목공예, 나전칠기 등을 선보인다. 

버려진 페트병으로 건배용 잔을 만드는 등 양영완교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선보인다.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⑧남북한 동시입장을 기원하는 국기 디자인=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 썼던 푸른색의 한반도기를 좀더 역동적인 새로운 국기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이에 착안해 아트디렉터 강철(포타시아 편집장)은 국내외 디자이너 80명에게 남북한을 아우르는 국기를 디자인하도록 했다. 오는 2015년 광주에서 열릴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남북한 동시입장을 기원하는 동시에, 통일한국의 국기를 디자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본다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는 비엔날레 관람객이 80점의 응모작 중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각자 직접 투표해보도록 할 방침이다.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남북한 동시입장을 기원하는 국기디자인전. 국내외 디자이너 80명이 한반도기를 디자인해 선보인다.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⑨광주 택시기사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하라=광주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장광효를 비롯해 디자이너 우영미, 간호섭 교수등 5명의 디자이너는 광주 택시기사 유니폼을 각기 제안한다. 공공디자인의 한 형태로 택시기사 유니폼을 디자인해 비엔날레 전시관에 전시하게 된다. 관람객들의 투표로 선정된 디자인을 광주시에서 채택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⑩광주 유명맛집 식탁도 스타일리시하게 바꾼다= 노영희 신경옥 조은숙 등 스타일리스트들은 광주지역의 유명맛집의 식탁을 디자인한다. 음식맛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릇이며 식탁 등이 디자인적 배려없이 어수선했던 것을, 보다 세련되고 통일성있게 바꾸기 위해 5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다섯곳의 식당의 스타일을 제안하게 된다. ‘맛도 좋고, 스타일도 근사한’식당으로 발돋움하게 하는 매우 실용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주제전에 참여하는 김백선 디자이너의 공간 디자인. ‘거시기 머시기’를 주제로 우리의 옛 디자인과 현재의 디자인간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밖에도 아프리카 태양광 충전 간이영화관 등 ‘착한 디자인’, 어린이집 표준공간 제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산업디자이너로 차기 ICSID 회장인 브랜든 기언(호주), 산토리미술관 네즈미술관 등을 디자인한 건축가 구마 켄코(일본), 버려진 물건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벤자민 로린스 카드웰(미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디자인워크샵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 작가 최병훈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잔스프락, 영국의 톰 프라이스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예술가구를 한데 모은 ’예술이 된 가구‘(강희경 컬렉션), 동남아시아 디자인을 한자리에 살펴볼 수 있는 ‘아세안 11개국 전통 현대가구전’, 광주지역 직물업체인 전남방직과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프로젝트 등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주제전 본전시 특별전1,2 등 모두 5개 섹션으로 짜여진다.

국기를 즐겁게 차용한 영국의 사례. 폴 스미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국기디자인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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