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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황록> 금융권도 끊임없는 진화 필요
필자가 미국에서 근무했던 1980년대 말 주재원의 가장 큰 세 가지 혜택은 주5일 근무와 좋은 자동차 그리고 골프였다. 특히 주5일 근무는 당시 국내 상황에서 단시간 내에 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선진 근무환경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당시 LA 현지은행들이 토요일에도 오전 7시부터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역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10여년 후 뉴욕 근무 때는 뉴저지의 한 은행이 ‘7 To 7, 7Days Open’(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7일 영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휴일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존의 미국 은행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끝없는 진화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지 10년 정도가 되었지만 금융권에서 이런 움직임은 일부 특정 영역에서 시도된 바 있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접근은 혁신이라기보다는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변화의 방향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를 기반으로 시도되는 경향이 큰 것도 그 이유이리라.

전통적인 영업점 일색이었던 환경에서 가장 먼저 접한 채널의 변화는 인터넷을 필두로 하는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찾아왔다. 인터넷상의 사이버, 모바일 영업점이 등장했고 콜센터의 대형화와 자동화, 그리고 메신저를 이용한 상담까지 이루어졌다. 고객의 위치와 필요를 찾아가는 변화도 있다.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주말은행 운영, 전통시장이나 시내 중심가의 직장인 대상 영업점에서는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통적인 영업점의 기능을 토대로 시간과 장소라는 벽을 넘는 이런 시도는 반갑게 느껴진다. 고객 접점의 채널에서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기능은 변하지 않으며, 모든 고객서비스를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만 담아서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계열 은행 영업점에 BIB(Branch In Branch) 점포를 입점시켜 운영 중이고, 사이버 지점에도 입점하여 인터넷 고객의 연계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이벤트 등 공동 마케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할부 고객을 위하여 자동차매매단지 내에 영업소를 입점시키고, 차량 구매고객 상담을 위한 휴일 당직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는 텔레마케팅 센터의 취급액이 오프라인 지점 전체의 실적을 넘어서는 등 단순 상담이 아닌 판매채널로서 가상 지점(Virtual Branch)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물론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채널도 보안성이 확보되는 한 시도해볼 계획이다.

기존의 프로세스에 집착하거나 무작정 유행을 따르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는 ‘고객 중심의 문화’로의 탈바꿈이 변화의 핵심이다. 또 이러한 변화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채널만 바꾸어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이의 지원ㆍ운영을 위한 회사 전체의 조직체계를 탈바꿈하여야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기관의 일반지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심사숙고해 봐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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