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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저 열풍에 자동차 트렁크 몸값 치솟는다
[헤럴드경제=김상수ㆍ신동윤 기자]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는 페라리 차량을 협찬받으면서 FF를 선택했다. 박 선수가 FF를 선택한 이유로 밝힌 건 다름 아닌 트렁크. 박 선수는 후원 협약식에서 “어떤 페라리 모델보다 트렁크가 넓어 가족과 함께 골프백을 실고 이동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FF는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에 기본 450ℓ, 2열 폴딩까지 활용하면 최대 800ℓ까지 확장 가능한 트렁크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백과 보스턴백 2개 세트가 폴딩 없이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초고가 스포츠카마저도 트렁크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그만큼 고객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에 트렁크 등 공간활용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운전자가 늘고, 최근 캠핑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트렁크 몸값이 높아졌다. 트렁크 인기에 따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뿐 아니라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왜건, 해치백 등 모델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기존 모델보다 트렁크 공간이 큰 신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SUV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맥스크루즈는 트렁크 용량이 385ℓ이며, 3열 시트를 접게 되면 1168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모델인 베라크루즈(1133ℓ)와 비교할 때 35ℓ가량 넓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맥스크루즈가 신차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가 넉넉한 적재공간”이라고 전했다.

BMW 뉴 3시리즈의 후속 파생 모델인 뉴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역시 트렁크 공간이 한층 넓어졌다. 기본 용량이 520ℓ로 3시리즈 세단보다 40ℓ 더 넓다. 뒷좌석을 접게 되면 최대 1600ℓ까지 늘어난다. 용량으로만 따지면 현대차 맥스크루즈에 근접한 크기이다. 


푸조의 뉴 508 SW 역시 기존 세단 508을 기본으로 파생한 왜건 모델로, 기본 트렁크 공간이 660ℓ이며 508의 트렁크 공간(545ℓ)보다 기본 100ℓ 이상 늘어났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865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메르세데스 벤츠의 더 뉴 CLS 슈팅브레이크는 5도어 쿠페 모델임에도 최대 1550ℓ의 적재공간을 구비했다.

SUV나 왜건 등 트렁크 공간 활용에 특화된 모델 외에도 일반 세단형 모델 역시 트렁크 공간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현대차 세단 모델 중에선 에쿠스가 474ℓ로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갖추고 있다. 제네시스와 그랜저는 각각 450ℓ, 454ℓ를 갖췄다. 쏘나타가 463ℓ로 제네시스나 그랜저보다 적재 용량이 큰 게 흥미롭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디자인에 따라 적재 용량이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며 “쏘나타의 디자인 상 트렁크 높이가 높아 용량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전했다.

기아차가 일반적으로 동급 현대차 모델보다 트렁크 용량이 작은 것 역시 차량 디자인에 따른 차이에서 온다. K9의 트렁크 용량은 455ℓ이며 K7은 451ℓ, K5는 437ℓ로 각각 동급 현대차 모델보다 용량이 작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가 한층 날렵한 디자인을 강조하다보니 트렁크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왜건 모델인 i40는 506ℓ로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보다 큰 적재 용량을 자랑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벨로스터도 440ℓ로 예상보다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췄다.

트렁크 용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골프백 적재 여부이다. 특히 4인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국내 골프의 특성상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되곤 한다. 특히 국산차 세단 시장에서도 ‘골프백 4개’ 트렁크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있다. 국산차 중형급 이상 모델에선 골프백 4개, 보스턴백 4개가 들어가도록 설계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트렁크 용량만 중요한 게 아니라 뒷바퀴 휠의 형태나 후면부 디자인 등과도 관계가 있다”며 “국산차는 골프백을 중시하는 특성을 고려, 골프백 4개 탑재에 맞춰 트렁크 디자인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유모차로 인기를 끄는 스토케가 새로운 트렁크 기준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첫차를 구입하려는 신혼부부 등이 골프백 대신 스토케를 트렁크 용량의 ‘바로미터’로 잡는 게 유행이다. 유아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도 차량에 스토케를 실고 나서 촬영한 각종 ‘인증샷’이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SUV에 접지 않고 스토케 넣는 법’, ‘테트리스처럼 준중형급에 스토케 접어넣기’ 등이 그 예이다. 스토케를 접지 않고도 넣을 수 있는지, 얼마나 분해를 해야 실을 수 있는지 의견도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구매 연령이 점차 내려가면서 신혼부부 고객이 늘고 있다”며 “스토케 탑재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트렁크가 새로운 마케팅 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각종 신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버튼 하나로 트렁크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전자식 개폐 시스템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뒷좌석을 접을 경우 총 2035ℓ의 적재공간을 쓸 수 있는 아우디 Q7은 여기에 ‘적재모드’를 더했다. 트렁크 안에 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무거운 짐을 쉽게 실을 수 있도록 트렁크 입구의 높이가 낮아진다. 다시 버튼을 누르면 원래 높이로 올라가는 기능이다.

트렁크 밑면에 비밀 수납함을 더하는 것도 인기이다. 푸조 508SW에는 트렁크 밑면에 48ℓ의 별도 저장공간을 마련했다.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역시 트렁크 밑면에 수납공간을 더했다. 스페어 타이어가 필요없는 런플렛 타이어가 널리 쓰이면서 이 공간을 적재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르노삼성 QM5은 ‘클램셸 테일게이트(Clamshell Tailgate)’를 적용했다. 위ㆍ아래로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무거운 짐을 실을 때 아래 부분만 열면 한층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최대 200㎏까지 견길 수 잇어 오토캠핑 등에선 성인 2명이 걸터앉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달리 최근에는 차량 제원표에서도 트렁크 용량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만큼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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