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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투자유치의 비결?…숫자보다 감성을 건드려라”
‘PT 달인’ 한기원 인베스트 코리아 대표
부모님 곁에서 한국 위해 일하고 싶어
잘나가는 외국계 IB 그만두고 귀국

대표취임 일성 “숫자로 말하고 싶다”
작년 106억弗 사상최대 유치 실적
올 상반기도 작년실적 34% 초과달성


씨름 선수, 스모 선수가 등장한다. 남대문이 나오더니 이내 오사카성으로 화면이 바뀐다. 장면은 다시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결승 한일전이 열렸던 미국 LA다저스타디움. 9회말 2아웃에 3대 3 동점을 만든 이범호의 적시타, 이후 10회 연장전에 나온 이치로의 안타. 결국 한국의 석패로 경기가 끝났고, 얼마전까지 “향후 30년 동안 일본 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망언을 했던 이치로가 “헤어진 애인과 길가에서 또 만난 느낌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엔 뭔가 인연이 있다”고 말하는 인터뷰 자막이 올라가면서 영상이 끝났다.

3초간 침묵이 흘렀다. 이어 참석자 300여명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바로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의 모습이다. 일본기업 2개사(일본전기초자, 쿠로다전기)로부터 약 2억 6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 사인을 받아낸 이날 행사 프레젠테이션(PT)의 주인공은 코트라(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조직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의 한기원(54) 커미셔너.

원래 부터 그는 알아주는 PT의 달인이었다. 일본 다이와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잔뼈가 굵어 숫자에 민감하지만 오히려 감성을 건드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중동 사람들 앞에서는 중세 아랍 상인들이 만들었다는 지도를 구해 그 위에 영상으로 배를 띄운다. 목숨을 걸고 교역을 했던 선조들처럼 한국과 중동이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식이다. 독일 투자설명회 때는 지난 1960년대 이후 독일로 건너갔던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의 사진을 잇따라 보여줘, 참석자들이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잘 나가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연봉도 적은(?)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연로한 부모님과 함께 있고 싶었고, IB(투자은행)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글로벌 투자 업무를 직접 경험했고,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도 누구보다 자신있는 만큼 이제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취임 일성도 ‘숫자로 말하고 싶다’였다. FTA효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 다소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106억6000만 달러로 연간 사상 최대 유치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34.3% 늘어난 67억8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요즘에는 창조경제를 위한 글로벌 기업 R&D(연구개발) 센터, ICT 및 문화컨텐츠 기업 전략적 유치 확대 및 국내 유망 기업 육성 지원에 전력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엔 덴소, 시스코 등의 R&D 센터 등이 한국에 자리를 잡았고, 하반기에는 A사의 아태지역본부 및 R&D센터가 들어 온다. 내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ICT 기업 대상, 10월에는 LA에서 문화콘텐츠 기업 대상 투자유치 활동도 전개한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글로벌 M&A지원센터도 코트라 안에 만들었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해외 한계 기업을 잘 찾아 국내 중소기업이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할 경우 기술, 브랜드, 해외진출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커미셔너는 “M&A 의향이 있는 기업 206개사를 발굴했다”며 “이 가운데 39개사의 딜이 진행 중이며 7건은 실사 단계에 진입했고, 5건 정도가 하반기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50대 중반의 나이를 잊은 듯 그는 이른 바 몸짱이다.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PT가 있으면 당일 새벽까지 직접 손을 보고 준비를 한다. 직급 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탓에 고참 공무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일 처리 만큼은 똑부러진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공무원 답지 않은 공무원이다. 한 커미셔너는 “처음에는 새로운 업무 스타일에 낯설어 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손발이 착착 맞을 정도로 다들 세련되고 빨라졌다”며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그동안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다 털고 가겠다는 각오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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