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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동화구연 선생님으로…여성안심귀가 도우미로…재취업 성공한 여성들
“지금 제 머릿속에 동화 줄거리가 수십개 들어 있어요. 호호~.”

수십년간 평범한 주부로 살았던 이숙자(60ㆍ여) 씨는 올 6월부터 아이들의 ‘동화구연’ 선생님이 됐다. 이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서울 불광동 인근의 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어린이집에서 3~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가량 동화구연 수업을 주 1회씩 진행한다.

거주지인 사당동에서 일터인 불광동까지 왕복으로 2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이 씨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 씨는 결혼 전 3년간 일선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결혼하면서 교사직을 그만뒀다. 남편이 전국의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관리ㆍ감독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이 씨가 동화구연을 하게 된 것은 세 명의 손주 때문이다. “손주들에게 동화를 재밌게 얘기해주려고 부산의 문화센터에서 2년간 동화구연 수업을 받았어요.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서울에서 같은 수업을 계속 들었죠.” 이 씨는 올해 5월 개최된 동화구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으며 실력을 뽐냈다. 이모작지원센터에서 일자리 제의를 받게 된 ‘사건’이었다.

이 씨는 동화구연 선생님이면서도 매주 금요일이면 동화구연 수업을 듣는 학생이다. 이야기가 바닥나지 않도록 수업 듣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외우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길을 걷다 혼자 중얼중얼 동화 줄거리를 계속 외워요. 까먹으면 집으로 달려와서 내용을 확인해야 안심이 돼요.”

이 씨의 월급여는 20만원 정도. 많지 않은 돈이지만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엄마, 대단하다”는 딸들의 응원과 “이건 이렇게 설명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남편의 조언을 받곤 한다. 이 씨는 “내게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숙자 씨, 배복실 씨

홍은동에 사는 배복실(54ㆍ여) 씨 역시 새로운 일자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중 한 명이다. 배 씨는 올 6월부터 매주 평일 밤 9시5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근무를 하고 있다. 배 씨는 “이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에 친구들이 매우 부러워한다”며 “낮에는 내 생활을 하면서도 밤에는 우리 딸 같은 젊은 아가씨들 귀가를 도와주는, 보람된 일을 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배 씨는 원래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설문조사원 수업을 듣다가 센터의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다. 물론 밤늦은 시각에 일이 끝나지만 매일 남편이 차로 배웅을 나온다. 월급여는 60만원. 그러나 배 씨는 “무엇보다 젊은 여성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할 때 ‘내가 정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일을 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앞으로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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