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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명보다 지역일꾼…풀뿌리 민주주의 이름값 회복
野도 동참선언…‘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의미
지역현안이 당락좌우…정당선거 구태 종언
공천장사→뇌물→재선거 악순환 끊는 계기
지역 특성별 맞춤공약 발굴효과 기대도

중앙당 공천보다 지역표심 훑기가 최대관건
일부선 선거전 과열·혼탁 부작용 우려




“누가 이긴 거지?”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 나올 법한 각당 반응이다. 기초자치단체장(시장ㆍ군수ㆍ구청장)과 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이 폐지돼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각당은 선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25일 민주당의 결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날 기초 자치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공천폐지안을 전당원 투표로 추인했고, 새누리당 역시 일찌감치 공천 폐지를 확정한 가운데 최종 의결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한 공약을 각당이 지키는 모양새다. 기초단체장은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19년 동안, 기초의회선거는 2006년 지방선거 이후 8년 동안 정당이 후보를 공천해왔다.

여야가 ‘공천권’이라는 큰 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배경은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다. 중앙당, 그리고 각 지역 현역 국회의원 또는 유력 정치인이 자치단체 공천권을 지역 정치인들을 줄세우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만 강화해 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의 의미가 훼손됐다 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면 경찰과 검찰의 ‘공천장사’ 정치인 수사 뉴스가 약방의 감초다. 지역의원이나 시장ㆍ군수가 시도당이나 중앙당 간부에게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다 구속되고, 또 이를 벌충하기 위해 당선된 이후에는 각종 지역 인허가에 관여하며 뇌물을 받았다 적발되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을 정도다. 이런 과정에서 재선거를 하고, 심한 곳에서는 4년 임기 내 재선거를 3, 4번 치루며 지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공천 폐지가 ‘정치쇄신’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국 시ㆍ군ㆍ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와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는 각 당의 지방공천 폐지 논의가 나오자마자 성명을 내며 반색했다. 중앙당의 영향력 약화는 곧 지방자치단체장의 영향력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공천 폐지는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지는 지역에서는 특정 당 소속임을 표방하는 후보들의 난립이 예상된다. 또 그동안 각당의 공천이나 경선에 쏟았던 후보들의 노력이 없어지고, 대신 본 선거에 총력을 기울임에 따라, 선거전도 과거보다 훨씬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공천 폐지는 기초선거의 하드웨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공천을 폐지하는 대신 현행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꿔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거나,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 대표들만이 출마 가능한 지역구를 의무적으로 지정하는 등의 선거법 개정안이 다수 올라온 상황이다. 기존 정당의 공천이 불가피한 비례대표제도도 이번 결정으로 함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해지고 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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