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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서지혜> 벤처업계의 ‘네이버 공포증’
“투자자를 찾아가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NHN이 똑같은 서비스를 출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이른바 ‘알람앱‘의 선두업체인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는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백했다.

김 대표만의 고민이 아니다. 최근 NHN이 캠프모바일을 세우고 모바일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업계관계자들은 “두세 명 개발자들이 겨우 시장을 만들면 NHN이 유사 서비스를 내놓고 프로모션을 한다”며 불안해한다.

다행히 NHN의 모바일 대응이 늦어 온라인처럼 시장을 독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시간문제다. 이미 수십억원의 수익을 낸 중견급 벤처업체도 ‘네이버 공포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 대표들은 이처럼 공포에 떨면서도 정작 NHN의 사업을 법으로 막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저한다. 10여년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며 중소업체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 베테랑도 “무분별한 규제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네이버에 이 같은 애증의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벤처업체들은 NHN이 ‘라인’으로 국내 IT전문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야후나 구글처럼 M&A와 투자를 통해 시장을 키웠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법적 규제 이전에 NHN의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정치권이 ‘네이버 법’을 만들기 전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 23일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조아라닷컴, 부동산114 대표에게 “부끄럽지만 두 대표님 말씀을 오늘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NHN이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한 게 2009년이다. 피해 업체의 목소리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면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NHN은 쏟아지는 비난을 발판 삼아 ‘한국의 구글ㆍ야후’가 되기 위해서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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