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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재능기부 등 다양한 사회 봉사 통해 ‘인생 2막’ 연다
한국 은퇴자 자원봉사 참여율 10%도 안돼
“직장 다닐때부터 관심 갖고 참여하면 좋아”

수여자ㆍ수혜자 행복한 재능기부 각광받아
‘前 임원’ 전경련 자문단, 중기 지원에 성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당신이 늙게 되면, 두 손을 갖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 자신을 돕는 한 손과 다른 사람들을 돕는 한 손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의 말이다.

헵번은 만년에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ㆍUNICEF) 친선 대사가 된 후 굶주린 어린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갔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아파했다. 이 같은 헌신에 사람들은 감동했고, 헵번은 명배우에서 ‘진정한 별’로 거듭났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심리조사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은퇴자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후 마음껏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을 계속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헵번의 사례가 거짓이 아닌 셈이다.

봉사는 내가 가진 돈이나 시간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꼭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돈이 없으면 시간을 나누면 된다.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가진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봉사는 남만 돕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돕는 일이다. 남을 돕는 일에 열중함으로써 퇴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 또 봉사를 하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기술과 경험은 나중에 은퇴자 자신이 새로운 직업과 사업 아이템을 찾을 때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대기업 협력사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닥터’로 활동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경영자문봉사단 자문위원들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위원은 모두 은퇴한 대기업 임원들로 무보수로 재능기부를 통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인기도 대단해 경쟁률이 2대 1을 넘는다. 5년 이상 대기업 임원 경력, 현직이 없어 자원봉사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65세 이하로 경영 일선을 떠난 지 오래되지 않은 경영인 등 엄격한 자격을 거쳐 선발된다.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 은퇴자 봉사 참여율 10%에도 못 미쳐=봉사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센터와 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특히 지자체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기본ㆍ전문교육을 실시, 원활한 봉사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 봉사활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원주민을 상대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거나 무료 진료활동을 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국제적 봉사는 NGO(비정부기구) 등 국제적 자원봉사기관을 통해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들의 60~70%가 NGO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젊어서 자원봉사를 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늙어서도 집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 봉사 전문 NGO 관계자는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직장 생활을 할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재능기부, 수여자ㆍ수혜자 모두 행복한 기부방식=봉사의 한 형태로 최근 각광받는 것이 재능기부다. 재능기부는 재산이 아닌,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기부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

특히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은퇴자들에게 꼭 어울리는 기부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재능기부는 봉사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봉사의 대상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재능기부는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 할 수 있다.

재능기부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랑할 만한 특별한 기술이 없다고 해도 자신에게 감춰둔 소질을 살리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요리, 독서, 뜨개질 같은 작은 일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모두 재능기부다.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는 재능이 있는 개인, 기업, 단체가 기부하고자 하는 재능을 등록하고, 농어촌에서는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재능기부 받기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 가입 후 재능기부를 신청하면 재능기부 요청 마을에서 정보를 확인해 요청하게 된다.

BBB KOREA(www.bbbkorea.org)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언어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시민자원봉사다. 여기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사람들이 전화를 하면 통역을 해준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권할 만한 재능기부다.

이외에도 최근 많은 광역ㆍ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재능기부 확산에 동참,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여성비전센터(www.woman.gg.go.kr) 재능기부팀은 수지침, 제과, 공예품 만들기 등 강좌를 개설, 강좌를 수료한 사람들과 함께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 재능기부팀이 운영돼, 은퇴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재능기부는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재능도 개발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보람도 찾을 수 있다. 한 재능기부 단체 관계자는 “재능을 나누는 것은 물질적인 도움과는 달리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나눔이기 때문에 더욱 뜻 깊다”며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더 큰 감동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전직 대기업 임원 출신 전경련 경영자문단, 중기에 큰 도움 줘=재능기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곳 중 하나가 전국경제인연합회다. 전경련이 중소기업협력센터를 통해 선발하는 경영자문단은 자원봉사직이지만, ‘하늘의 별’이라 일컬어지는 대기업 임원보다 더 되기 어려운 자리다. 대기업 퇴직자 출신인 이들은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사에 전달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

현재 대기업 협력사와 중소기업 ‘경영닥터’로 활동하는 자문위원은 160여 명. 전경련은 상생의 기업 생태계 조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연말까지 자문단을 2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선발자격이 엄격하다. 5년 이상 대기업 임원 경력, 현직이 없어 자원봉사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65세 이하로 경영 일선을 떠난 지 오래되지 않은 경영인이어야 한다.

올해 자문위원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44%. 54명이 지원했지만 24명만 자문위원으로 선발됐다. 전경련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태도, 도움을 요청한 중소기업과의 조화뿐 아니라 정직성, 투명성, 경제적 형편까지 까다롭게 골라 위원들을 뽑는다.

중소기업이 원하면 언제라도 자문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중소기업과 쌍방향 소통을 잘할 수 있는지 등도 살핀다.

실제로 위원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LG그룹 출신 남기재 위원은 엘에스통신이 무선충전기라는 새로운 품목으로 성장성을 확보하도록 도왔고, 삼성ㆍ신세계그룹 출신 유원형 위원은 에이치엔알을 도와 생산성 향상과 고정비 지출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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