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온도차…현실화 미지수
한ㆍ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전환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 구축 등을 염두에 두고 전환시점을 무기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국방위 소속의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기한을 달지 말고 한반도 평화 체제가 완전히 구축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늦출 필요가 있다”며 “전작권 전환 협약 폐기, 백지화는 너무 앞선 얘기지만 유연성을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전작권 전환 시한을 못박지 말고 무기한 연기하자는 것이다.
전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과 가진 당정협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회와 재향군인회 등 예비역 단체와 보수 진영에서도 전작권 전환은 최소한 한반도 비핵화가 구축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거나 통일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의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수면 위로 불거진 이후 한ㆍ미 양국 사이에서는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공개적으로 “예정대로 전환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ㆍ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후 미국 군 고위 당국자가 처음으로 밝힌 입장이다. 김 장관과 뎀프시 의장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한ㆍ미 양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둘러싼 시각은 동상이몽인 셈이다.
김 장관은 전날 당정협의에서 “(미국 측이) 긍정적 검토를 하지 않을 것 같으면 스스로 먼저 얘기를 했겠느냐”며 “미국 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김 장관과 뎀프시 의장 발언이 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놓고 한ㆍ미 간 속내가 다르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뎀프시 의장의 발언을 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차기 전투기(F-X) 사업,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계산으로 분석하는 견해다.
한ㆍ미 양국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4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시작으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논의 의제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ㆍ미 간의 현안이 전반적으로 다 논의될 것”이라며 “KIDD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정부의 외교안보를 총괄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15년에 전작권을 전환할 준비는 아주 잘돼 있으며, 연기 여부는 정치적 결정일 뿐”이라고 말해 현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신대원ㆍ백웅기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