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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버는 구름으로 보내고…전기는 구름처럼 가볍게
블랙아웃 우려로 산업용 요금 인상 압박…기업마다 가상화 앞다퉈 도입 전력비용 최대 70% 줄어
할리우드 여배우 할리 베리와 에마 스톤에 립스틱과 염색 제품을 협찬하는 미국 화장품회사 레블론은 IT업계에서 성공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다. 레블론의 IT 작업 제1 원칙은 카피(복사)다. 모든 파일, 데이터베이스, 문서 등을 해킹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여분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겉으로만 봤을 때 레블론은 서버 및 전산망 관리ㆍ유지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레블론은 2011년부터 모든 부문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연간 75만쪽에 달하는 출력물은 0건이 됐고, 전원 포트도 3600개를 줄여 400~5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사내에 하나의 서버만 두고도 35개 서버 수준의 효과를 거두고 있고, 21개에 달하는 ERP 애플리케이션도 단 하나로 압축됐다. 무엇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무려 72%나 감소했다.

이 같은 마법이 일어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가상화(virtualization) 덕분이다. 이로 인해 레블론의 IT 예산은 2011년 기준 전체 매출(11억3800만달러)의 2%(2760만달러)에 불과하다. 전산은 수익을 내는 부서가 아닌 탓에 모든 기업이 IT 예산 절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레블론이 성공 모델로 언급되는 이유다. 또 레블론의 ‘카피 원칙’이 지금도 유효한 비결이다.

국내에도 레블론처럼 가상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압박에 여름철 블랙아웃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면서 가상화는 기업들에 전기요금 걱정을 덜어주는 솔루션으로 꼽힌다. 


가상화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형태로 해당 자원을 분리 및 통합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물을 반만 담아 사용하는 10개의 물병을 5개의 물병으로 모아 사용해 불필요한 공간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세계적인 가상화 기업 VM웨어를 중심으로 시트릭스, 토종업체 틸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상화 솔루션에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여러 대의 서버 수를 줄여 가상공간으로 돌리고 실제 장소에는 소수의 서버만 두는 방식이 있다. 통상 서버 하나당 활용률이 15% 정도에 불과해 효율성이 높지 않음에도 24시간 가동되는 탓에 이를 식히는 데 들어가는 냉각 비용이 기업들의 고민이었다. 서버 가동과 냉각에 전기요금이 배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서버 개수를 줄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 가상화 서버다. 대표적인 적용 사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다. 가상화 서버를 채택해 이 회사에 있던 서버는 15대에서 4대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서버 가동과 냉각 비용이 대폭 감소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IT담당자는 “서버 수가 73% 감소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 친환경을 표방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슬로건에 걸맞은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남부발전도 지난해 서버 가상화 도입 이후 5년 내 서버 구입 및 관리 비용이 46%까지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도 가상화 도입으로 서버 대수를 대폭 줄여 전력 및 냉방 비용을 연간 72% 절감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73% 줄였다.

강원 춘천시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한 더존비즈온도 서버 가상화 기술과 함께 기온이 12도보다 낮으면 천연 공기로 데이터센터를 자연 냉각할 수 있는 ‘프리 쿨링’ 방식을 도입했다. 춘천은 지역 특성상 5개월 이상 프리 쿨링이 가능해 서버 냉각 전력의 70%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가상화 서버가 시스템 운영상에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면, 데스크톱 가상화(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는 실제 인력이 사용하는 PC 환경을 가상화하는 방식이다. 즉, 한 세트를 구성하는 본체를 들어내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 생명사는 지난해 1차로 데이터센터에 데스크톱 가상화 1000대 구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데스크톱이 소비하던 전력의 상당 부분이 절감됐고 네트워크 케이블이 제거되는 효과도 거뒀다. 이 기업은 향후 전사 규모로 데스크톱 가상화를 확대할 예정으로, 마무리될 경우 금융권 최대 규모인 4000대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또한 대표적인 데스크톱 가상화 성공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500대의 PC본체를 제거한 덕분에 전력사용량을 3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사무실 내 열기 주범이었던 본체가 사라진 자리에 화분이 놓이면서 온도도 내려가고 분위기까지 화사해졌다는 평가다. 이 밖에 병원들도 데스크톱 가상화가 화두다. 의사들이 PC 대신 태블릿을 이용해 회진하고 업무를 처리하면서 굳이 본체를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각각 450대, 730대씩 PC본체를 없앴다. 김성일 강남세브란스 부장은 “노후 PC를 교체하는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해 추후 200대의 데스크톱에 가상화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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