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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애플과 삼성, 그리고 비틀즈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애증의 관계’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 부품을 쓰지 않겠다”던 애플이 몇달전 삼성의 메모리칩 사용량을 슬그머니 늘리는가 싶더니, 얼마전에는 ‘다다음 번’ 아이폰에 다시 삼성의 AP를 쓰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양사 모두 묵묵부답이라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기사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니 양사간의 완전한 결별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예민한’ 애플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부품사를 찿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적하락 우려로 국내외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연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가져다주는 애플이라는 ‘큰손님’을 외면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양사의 관계를 자세히 드려다보면 재밌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카피캣’으로 규정하고 “너희 부품 안쓰겠다”고 호언한 시점부터 삼성전자에 본격적으로 추월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좋은 부품을 안쓰고도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관이 깊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시장의 확실한 패자로 자리매김한 올해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맞닥드리고 있습니다. “너희도 애플처럼 새시장을 만들고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우회적으로 받고 있는 셈입니다. 

애플<왼쪽>, 삼성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 처럼 사실 양사는 ‘달라도 아주 다른’ 기업입니다.

애플은 제조기반 없이 머리만 있는 ‘가벼운’ 회사입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기획’한 후 외부에서 각종 부품을 끌어와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만큼 ‘최적화’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이고 시장 1위보다는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게 목표인 조직입니다. 아주 서양적인 기업이기도 하지요.

반면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최고의 제조ㆍ생산 기반을 가진 거대 기업입니다.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모든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회사입니다. 삼성의 제품에선 타사제품에선 보기 힘든 ‘일체화’가 느껴집니다. 구조적으로 강력한 오너쉽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양적 경영의 정점에 오른 회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척점에서있는 양사가 갈수록 상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플은 최근들어서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며 제조기반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느때보다 혁신과 창조에 목을 메고 있지요

양사의 이런 모습은 웬지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팝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은 두사람은 사실 앙숙이었다는 설이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밴드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려했고 음악적 지향점도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두사람의 갈등은 결국 밴드의 해체로 이어집니다. 

아이폰<왼쪽>, 갤럭시

하지만 두사람은 서로에게 ‘완벽한 보완재’ 였습니다. 변화와 젊은 세대의 뜨거운 열망을 담아낸 폴 메카트니의 음악이 없었다면, ‘명상적이고 내면지향적’이던 존 레넌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타고난 작곡가인 폴 메카트니에게는 자신의 명곡에 울림을 더해줄 수 있는 존 레논의 목소리와 이미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서로 가장 필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레넌과 메카트니가 결국 ‘비틀즈’의 이름으로 대중에게 오래 기억되고 있듯이, 삼성과 애플도 ‘스마트 산업의 문을 열어젖히고 대중화 시킨 기업’으로 오래 기억되지 않을가 싶습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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