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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나는 한국 ‘큰손들’…출구없는 국내 시장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저희 입장에선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투자로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국내 모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

국내 연기금ㆍ기관투자가와 거액자산가(슈퍼리치) 등 큰손들이 국내시장에서 해외로 투자의 눈을 돌리고 있다. 침체된 국내시장 대신 좀 더 안정적이고 수익률 높은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형국이다. 해외투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침체된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하지만 ‘큰손들의 이탈’은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금융시장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규모는 매분기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59억6600만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60% 가량 급증했다.

기관과 슈퍼리치가 주로 참여하는 해외부동산 사모펀드의 경우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해외부동산 사모펀드 설정액은 3조9344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3배나 커졌다. 투자액도 급격히 늘어 지난해에만 1조원이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에는 마땅한 투자 물건을 찾기 힘들고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 부동산이 침체를 벗어나면서 투자 기회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도 해외투자 비중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세계 4대 큰손’ 국민연금의 경우 2014년도까지 해외주식과 대체투자의 비중을 현행 8%대에서 각각 10.5%, 11.3%로 늘릴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속에 외국인 브로커(영업맨)들은 ‘한국의 큰 손’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를 찾는 경우가 부쩍늘어나는 등 투자업계 풍경도 바뀌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부동산 프라이싱(가격)을 올려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강화로 ‘절세’가 화두로 떠오른 슈퍼리치들 역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상담은 물론 글로벌 경제 관련 세미나에 적극 참가하는 등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큰손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출구 없는 국내 시장의 침체에 있다. ‘주식ㆍ부동산ㆍ채권’ 등에서 예전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선 기관과 절세효과를 노린 슈퍼리치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시장이 투자처로서 점점 매력을 잃어가면서 이같은 이탈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증시의 최근 흐름으로 봤을 때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실물 경기침체ㆍ가계부채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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