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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안상미> 증세 vs 사실상 증세…정부의 말장난
“비과세ㆍ감면을 없애면 당연히 세금을 더 내는 거잖아요. 세율인상만 없다 뿐이지 세제개편안 논의되고 있는 게 사실 다 증세 방안인데 말로만 증세는 없다고 하니. ‘증세는 없는데 사실상 증세 방안을 추진하겠다.’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원….” 한 정부 관계자의 토로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 가까이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고 말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기자실에 내려와 “연말까지 충분히 매니지(관리) 할 수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큰 원칙이 증세는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세수 확보를 위해 증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전적으로 증세란 세금의 액수를 늘리거나 세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증세를 하면서 증세를 안 하는 것처럼 하다 보니 증세가 여러 종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증세는 안 하는데 비과세ㆍ감면이나 소득세제 정비 등 ‘사실상 증세’나 ‘간접적 증세’는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세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증세’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적해야 할 정치권마저 상황은 비슷하다. 먼저 사실상 증세 방안을 추진하되 세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니 두고 보자고 한다. 이거나 저거나 증세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권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증세의 정의가 복잡해지는데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사실상 증세나 간접적 증세나 직접적 증세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아지면 그게 증세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증세나 간접적 증세로 증세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란 얘기다.

다음달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다. 소득세 감면 체계는 세액공제 형태로 바뀐다. 명분은 고소득자에게 세금 많이 물리겠다는 것이지만, 세액공제 기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일반 근로자들의 세금이 늘어날 여지도 크다. 이미 비과세ㆍ감면은 제도의 상당수를 정비하고, 일몰 기한이 도래한 것은 원칙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말로는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것이라지만 사실상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기업이나 국민이나 이전보다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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