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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정 경고등 켜지나…먼지털이식 수사에 재계 볼멘소리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롯데 세무조사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정 경고등’이 켜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가 현 정권 초기부터 암암리에 사정 대상으로 꼽혔던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것과, ‘털면 안 걸릴 게 없다’는 유통계열사에 손을 댔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는 정권 교체기부터 효성과 함께 현 정부가 ‘손 볼’ 기업으로 언급돼왔다. 전 정권 수혜 기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잠실 롯데월드 타워 등 그룹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잠실에 세운다는 롯데월드 타워 프로젝트는 국방부의 반대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는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했던 과제였다.

유통계열사가 핵심인 롯데의 사업구조도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권의 타깃에 들만한 대목이다.

유통업은 구조상 갑과 을의 위치가 확실하고, 할인행사 등의 마케팅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부담이 전가되기 쉽다. 할인행사 등 여러 프로모션에 대해 협력사와 유통사가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묘안을 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 과도한 부담이 됐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불공정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 경제민주화 열풍이 거센 현 상황에서 유통사는 언제라도 ‘걸면 걸리는’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롯데는 유통업에 경제민주화 잣대가 적용되면서 2년여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의 부정적인 여론의 공격을 받아왔다.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가 운영했던 베이커리 ‘포숑’은 재벌가 자제들이 기존 사업망을 이용해 손쉽게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포숑’은 영유통과 매일유업에 매각됐다. 장씨의 남편인 양성욱씨는 수입유통사를 세우고 물티슈를 수입해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하려다 대기업이 물티슈 사업까지 한다는 비난 여론에 밀려, 수입유통사 대표직을 사임했다. 신 회장의 외손자인 장재영씨는 인쇄업을 주로 하는 회사 유니엘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전단지 인쇄를 맡아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공급하는 롯데PSNET이 수년 동안 같이 일했던 협력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올 초 롯데호텔 세무조사에 이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세무조사가 이어지자, 재계에서는 정기조사 등 예삿일은 아닐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당국이 호텔에서 단서가 될만한 내용을 파악하고 바로 핵심 계열사로 치고 왔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CJ, 효성에 이어 롯데까지 이어진 현 상황을 사실상 사정 정국으로 보고 있다. “먼지털이식 수사는 반기업 정서만 불러일으킬 것”이란 볼멘소리와 함께 “하려면 예외없이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먼지털이식으로 하면 기업들은 힘든 점이 있다”라며 “정부가 칼을 뽑고 바로잡으려는 것은 좋지만 (경제민주화 등) 일시적인 바람 때문인 것은 좋지 않다. 일관되게 가야 기업들도 준비를 하고 투명하게 경영을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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