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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재계단체가 하계포럼위해 제주로 몰려가는 까닭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해마다 여름이면 제주가 북적입니다. 호텔도 붐빕니다. 관광객이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6~8월엔 유난히 재계단체들이 제주에서 각종 포럼을 열기에 많은 기업인들이 제주에 내려갑니다. 제주에 인파가 급증하는 한 원인이죠. 제주에서 수백명씩 모여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경영모티브도 얻고 ‘힐링’도 하는 것이지요.

17일 대한상의가 제주포럼을 개최하고, 다음주인 24일엔 전경련이 또 제주 포럼을 엽니다. 한국능률협회(최고경영자세미나), 표준협회(하계CEO포럼), 인간개발연구원(CEO섬머포럼) 등 행사가 제주에서 예정돼 있고요. 앞서 중기중앙회(중소기업 리더스포럼)와 섬유산업연합회(섬유ㆍ패션업계 CEO포럼)는 지난달 제주 행사를 마친 바 있습니다. 단체별로 수백명씩 몰려가니 제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밖에요. 매년 포럼이 제주에서 열리니, 제주 주요 호텔은 7월이면 빈방이 거의 없습니다. 1년전에 예약이 다 끝나 있거든요.

지난해 7월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식 장면.

여기서 궁금합니다. 왜 재계단체는 제주에서 포럼을 하는 것일까요?

원조는 대한상공회의소 입니다.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각종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CEO 하계포럼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1974년 7월 ‘제1회 최고경영자대학’으로 출발한 대한상의 하계포럼은 ‘제2차 석유파동’과 정치ㆍ사회적 혼란기였던 1979~198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여름 개최돼 올해로 38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1974년 첫 행사부터 1982년(7회)까지는 강릉에서 열렸으며, 이후 1988년(13회)까지 경주와 설악 등지에서 개최되다가 1989년(14회)부터 제주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IMF 위기로 국내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1998~1999년에는 제주가 아닌 용평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이후엔 계속 제주도에서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빡빡한 기업현장을 떠나 모처럼 여름 충전을 하기에는 제주도가 최상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행사명을 ‘최고경영자대학’에서 ‘제주포럼’으로 바꾼 것은 2008년입니다.

상의의 제주 포럼 행사는 그래서 전통이 있습니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제주의 상큼한 바람을 쐬며 경영모티브를 찾는 그런 전통. 그래서 기업인들에겐 인기가 있었습니다. 수백명씩 너도나도 행사에 가겠다고 신청도 했습니다.

다른 재계단체들은 이를 뒤따라했습니다. 상의 제주 행사를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면이 있었거든요.

물론 ‘동전의 양면’도 있었지요. 기업인들이 제주에 놀러간다는 비판도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죠. IMF 등 위기때 제주 대신 서울 근교를 택했던 것은 이를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 기업인 세미나 행사는 놀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1년 내내 숨막히는 경영현장에서 전쟁을 벌이다 ‘꿈같은 휴식같은 포럼’에서 새로운 화두를 접하고, 경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포럼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포럼에 참석하는 CEO들은 그래서 ‘휴식’만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경영트랜드와 경영기법 등을 유명 강연자들에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낙오’를 의미합니다. 어떤 기업인은 그래서 강의 때마다 노트를 했고, 서울행 비행기를 탈때면 노트 한권 분량이 빽빽한 메모로 가득차 있곤 하더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포럼 화두도 계속 진화를 합니다. 포럼 원조인 1974년 ‘대한상의 최고경영자대학’ 프로그램에는 달랑 25명이 참석했습니다. 프로그램도 주로 기업경영과 관련된 실무지식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때 주제를 잠시 들여다 볼까요? 지금 보면 시대적 변천사를 실감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와 한국경제의 전망’(조동필 고려대 교수), ‘나의 경영신조’(박승찬 금성사 사장), ‘기업활동의 여건’(이갑섭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장 경영학’(송기철 고려대 교수), ‘기업발전과 성취동기’(김화중 덕성여대 교수), ‘조직과 인간관리의 효율화’(김정석 산업합리화운동본부 전문위원), ‘효율적인 공장관리’(김해천 고려대 교수), ‘세계 견문담’(김찬삼 여행가), ‘기업공개와 재무구조개선’(이만기 한국투자공사 부사장), ‘프로젝트 관리’(나웅배 해태제과공업 전무이사) 등….

지금보면 좀 딱딱하죠?

최근의 재계단체 포럼 행사는 시대적 화두를 담습니다. 이번 상의 제주포럼 주제는 창조경제입니다. 그렇다고 그쪽에 완전히 쏠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은영 스타일리스트의 ‘당신의 머리를 디자인하라’,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건강 100세 내 몸 사랑하기’ 등의 인문학 바탕의 건강과 힐링에 관한 교양 강좌도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자기 관리 등 사람들의 관심사를 유명 강사들이 나와 강의를 하는 것이죠. 오히려 어떤 때는 경영관련 강의보다 이같은 인문학, 힐링 강좌가 더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기업인들이 제주에 몰려 가는 것은 그래서 이익단체 모양새를 취하거나, 놀러간다고 오해의 시선을 줄게 아니라 일반사람들처럼 ‘힐링’하러 가는 구나 하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행사가 지속될 수록 제주도 수입에도 좋고,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인 것 같습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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