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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켓 장타 만드는 박희영 명품스윙엔 ‘네가지’가 있다
“우드?”

세차례 연장전을 벌인 18번홀은 471야드의 파5홀이었다. 티박스에서 보통 드라이버를 잡기 마련. 연장전 상대 앤젤라 스탠퍼드(미국) 역시 드라이버를 준비했다. 하지만 박희영(26·하나금융)은 달랐다. 세차례 연장전 모두 3번 우드를 꺼내들어 TV중계를 보는 골프팬들에 궁금증을 안겼다.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4라운드. 이 대회를 중계했던 J골프의 임경빈 해설위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처음엔 왜 우드를 꺼낼까 의아했다. 단 15~20야드가 더 나가더라도 우드보다는 드라이버가 낫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워낙 장타자라 드라이버가 너무 잘 맞으면 해저드까지 갈 확률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박희영은 전날 이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해저드에 빠뜨릴 뻔했다. 박희영의 이날 우드 티샷 거리는 240야드 내외. 박희영은 연장 3차전 모두 3번 우드로 티샷한 후 세컨드샷 역시 우드(3번 2회, 5번 1회)를 잡았다. 두 차례 투 온시켰고 한 번은 그린에 살짝 못미쳤다. 세차례 모두 버디행진을 하며 20개월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희영은 골프 전문가와 동료골퍼들이 첫손에 꼽는 ‘완벽한 스윙의 장타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2005년 상위권 선수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박희영은 ‘가장 완벽한 스윙을 하는 골퍼’ 1위로 뽑혔다. ‘박희영 스윙’이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나올 만큼 군더더기 없는 ‘교과서 스윙’을 자랑한다. 실제로 주말골퍼들에게 남자프로보다는 여자프로의 스윙이 더 유용하다. 워낙 파워넘치는 샷을 날려 따라하기 힘든 남자프로들보다는 여자프로들의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로켓’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박희영의 ‘명품 장타’는 견고한 어드레스, 완벽한 꼬임, 빠른 헤드스피드와 정확한 임팩트가 최적의 리듬으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스윙 연속 사진을 보면 박희영은 하체를 단단하게 붙들어 둔 몸통 스윙을 한다. 백스윙 톱에서 임팩트를 시작하는 다운스윙까지 스윙플레인이 일정해 파워 손실이 거의 없다.

아마추어 때인 2004년부터 LPGA 진출 이듬해인 2009년까지 박희영의 스윙코치였던 김영일 프로는 “원래 유연한 몸을 타고났다. 단단한 어드레스, 낮고 길게 움직이는 테이크백, 백스윙 탑까지 모든 것이 좋은 밸런스를 유지한다. 공을 때릴 수 있는 아크가 큰 것도 유리하다”며 “연장전서 우드를 잡은 것도 자기 거리가 충분히 나가기 때문이었을 거다. 어렸을 때 훅볼을 자주 구사해서 스트레이트와 페이드샷 등 구질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했다. 샷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박희영은 몸의 꼬임이 완벽하다. 백스윙 때 하체를 단단하게 잡은 뒤 상체를 꼬고, 다운스윙 때 어깨가 아닌 하체를 돌리면서 헤드스피드를 높여 장타를 만들어낸다. 타고난 신체조건이 좋다”고 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박희영은 주니어 때부터 ‘볼을 때릴 줄 아는 선수’였다. 임팩트 센스가 대단한 선수다”며 “클럽 헤드스피드가 매우 빠르고 ‘스매시 팩터’도 높다. 장타 비결이 스윙 자체보다는 임팩트에 힘을 실어내는 능력에 있다고 보는 게 더 맞다”고 분석했다. ‘스매시 팩터’(smash factor)란 볼 스피드와 클럽헤드 스피드의 비율로, 클럽헤드 스피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비거리에 적용하는가의 수치를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 살 아래 여동생 박주영(23·호반건설)도 KLPGA 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라는 사실이다. 박주영은 지난 5월 한 용품사 주최로 열린 장타대회에서 3번 우드로 275야드를 날려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266.75야드)를 넘어선 것이다. 당시 박주영은 ”볼을 세게 치려는 생각보다는 스윗 스폿에 정확히 맞힌다는 생각으로 백스윙은 짧고 팔로스루는 길게 스윙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박희영의 스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박희영-주영 자매의 아버지인 박형섭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특별히 장타비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타고났다”고 웃으며 “내 딸이긴 하지만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성실함이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우직하게 연습하면서 안정된 샷과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희영은 이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16계단 상승한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박희영은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장에서 개막되는 LPGA 마라톤 클래식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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