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스펙보다 외모에 신경쓰는 취업준비생들...스펙은 고고익선(高高益善), 외모는 수려익선(秀麗益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 데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 하던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성형수술 비용을 벌면 돼요.”

지난해 신랄한 세태풍자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사마귀유치원에서 진로상담 선생님 ‘일수꾼’은 ‘외모도 스펙’이 된 슬픈 사회상을 이렇게 꼬집었다. 취업생이라면 그냥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심각해졌다. 아르바이트 자리 조차 ‘외모’에 밀려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하는 이 현실. 외모지상주의 앞에서 2013년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절망하고 있다. 외모는 청춘의 생존 필수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취준생 한영섭(27ㆍ가명) 씨는 지난 1월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찾은 한 대형마트 수산물코너에서 평생 잊지 못할 한마디를 들었다. 그저 ‘몸으로 때우기만 하면 되겠거니’ 하고 찾아간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첫날 근무를 마치고 매장을 정리하는 데 사장이 한 씨를 불러 음료수 캔을 내밀며 말했다.

“솔직히 네 얼굴이 잘생겼으면 아줌마들이 물건이라도 하나 더 사러오지 않았겠냐. 그런데 평소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잖아.”

168cm의 작은 키, 여드름이 난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한 씨는 도망치듯 일을 그만뒀다. 한 씨는 “아르바이트에서도 이렇게 외모를 따지는 데 취직은 어떻게 할지 걱정” 이라며 “피부 관리라도 받아볼 생각” 이라고 했다.

취준생들을 짓누르는 외모스트레스는 이처럼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부터 시작돼 정규직 취업문턱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쯤 되면 간단한 피부 관리나 쌍꺼풀 수술 정도는 기본이다. 하나같이 잘나고 예쁜 경쟁자들 사이에서 돋보이려면 ‘더 센 것’(?)이 필요하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김성희(26ㆍ여) 씨는 요즘 ‘치아 성형’을 계획하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에도 면접탈락이 이어지자 울퉁불퉁한 덧니가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 김 씨는 “아무래도 금융권은 차분하고 신중한 이미지를 선호하다보니 고르지 못한 치열이 감점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고 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채용 시스템도 구직자들의 외모경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지난 2011년 오디션 형식으로 자기PR을 해야 하는 한 기업에 입사지원을 했던 이정현(27ㆍ가명) 씨는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성형을 선택했다. 이 씨가 고른 방법은 ‘필러 성형’. 필러 성형은 이마나 코 같은 신체부위에 충전물을 주사해 볼륨감을 주는 시술이다. 이 씨는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뚜렷한 이목구비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더 잘 들어올 것 같았다” 며 “절박한 심정으로 성형외과를 찾았다” 고 했다.

문제는 이런 청년구직자들의 외모 가꾸기 경쟁이 단순히 그들만의 ‘착각’ 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2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4.2%(230명)에 해당하는 담당자가 “지원자의 겉모습이 인사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절반 이상(57%)은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외모가 뛰어나면 가산점을 주거나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사담당자들 조차 외모지상주에 일부 함몰돼 있는 것으로, 안타까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