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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빅3 ‘수주 위한 수주는 없다’
삼성重·현대重·대우조선
‘싼값수주=제 살 깎아먹기’공감대

올 상반기 대규모 수주 잇단 성공
연간 목표액 절반 이상 이미 달성

실적개선·하반기 업황 호조 훈풍
수익성 고려한 ‘선별 수주’전략선회




조선업계가 ‘불황형 경쟁’을 끝내는 모습이다. 업황 침체로 싼값이라도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이른바 ‘저가 수주’ 경쟁 대신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 전략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 올해 상반기부터 대규모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가나다 순)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상선 및 해양 분야에서 골고루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한 상태다. 

낮은 선가를 이유로 계약을 거부하기도 하고, 대형 프로젝트 입찰전에서도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대신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등 조선 빅3의 ‘배짱’이 두둑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스콜피오탱커스가(Scorpio Tankers)가 발주한 11만4000dwt급 LR2탱커(유조선) 4척에 대한 계약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배 값이 너무 낮다”는 게 이유였다. 스콜피오 측이 제시한 가격은 척당 5200만달러. 최근 이뤄진 타 계약과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3년 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삼성중공업이 요구한 약 59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스콜피오와 건조의향서(LOI)까지 체결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계약을 포기했다. 스콜피오는 결국 선박 종류를 유조선에서 가스운반선(VLGC)으로 변경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삼호중공업에 총 10척(옵션 5척 포함)을 발주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을 거부한 것은 사실이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민영 가스회사 ‘노바텍’ 등이 발주한 6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쇄빙선 16척을 사실상 수주한 대우조선해양도 가격보다는 기술경쟁력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야말프로젝트’로 불린 이번 수주전에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조선사 등 7개 글로벌 조선사들이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대우조선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조선사들도 많았지만 발주사는 대우조선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발주사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아지무스 프로펠러’와 중유ㆍ선박용 디젤유ㆍ전기 등을 번갈아 사용 가능한 삼중연료시스템을 장착하고, 북극해의 약 2.5m 두께의 얼음을 깨고 나갈 수 있는 17만㎥급 ‘아크-7 아이스클래스’ 쇄빙선 건조를 요구했다.

특히 대우조선이 제안한 ‘멤브레인형 화물창(가스저장탱크)’이 다른 종류의 화물창에 비해 이중용접 등으로 가스 누출의 우려가 적고 튼튼하며 운항 효율성도 높아 극지용 쇄빙선의 필수 요소인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연료 효율성을 높인 고부가 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연간 수주 목표액 118억달러 중 68억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를 달성한 현대중공업은 선박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 만큼 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발주를 늘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 효율성을 높인 선박의 경우 일반 선박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조선사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저가수주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과 다름없었다. 워낙 업황이 안 좋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내려왔다”며 “수주 실적도 개선되고 하반기부터 조선업황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제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을 내세워 수익성을 고려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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