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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배우 없이도…K - 뮤지컬 ‘스토리의 힘’ 中 · 日서 매진사례
뮤지컬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 타깃
올 상반기에만 총 14편 외국 무대올라

스타배우·익숙한 드라마컬서 탈피
순수 창작물로 라이선스 판매 증가
현지 배우·언어로 공연도 대박 행진며



‘옛사랑’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등 고(故) 이영훈 작곡, 이문세 노래의 불후의 명곡들은 일본에선 뮤지컬 넘버로 더 알려져 있다. 동방신기, JYJ, 카라, 소녀시대 등 아이돌 위주의 K-팝(Pop)만 알던 일본 한류 팬에게 1980년대를 풍미한 이영훈의 발라드 명곡을 소개한 것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다.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 한 달가량 공연한 ‘광화문연가’는 유노윤호가 주역한 회차는 사전 예매 신청이 지정석보다 10배 가까이 들고, 입석까지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요, TV드라마뿐이던 한류 상품이 K-뮤지컬로 확대되고 있다. K-뮤지컬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발견한 해외 공연계와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수요를 넓히려는 한국 공연계의 셈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광화문연가’의 경우 한국에서 우연히 공연을 본 일본 측 인사가 발 빠르게 기획해 성공한 사례다. 이어 ‘광화문연가2’가 오는 10~12월 중 중국 항저우(杭州), 저장(浙江), 베이징, 상하이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처럼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 수, 진출 국가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9일 한국뮤지컬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해외에서 공연했거나 진출이 확정된 작품은 ‘싱글즈’ ‘궁’ ‘결혼’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14편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연간 8편, 2011년 1편에 불과했던 것에 견주면 매우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올해는 ‘쌍화별곡’이 오는 10월 중 중국 선전에서 무대에 오르고, 고(故) 김광석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다음달 미국 LA 극장으로 진출하는 등 일본 일색이던 진출 국가도 중국, 미국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창작뮤지컬계는 요즘엔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다. 좁은 시장에서 해외 라이선스 대작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으려고 애쓰기보다, 처음부터 수요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한류 팬까지 넓게 잡는 것이다.

올해 초연작인 ‘해를 품은 달’의 경우도 그랬다. 제작사인 이다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여름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일본 롸이즈커뮤니케이션 등 3곳이 참여한 프로젝트팀의 선투자를 이끌어냈다. ‘해를 품은 달’은 일본에선 오는 12월에 공연할 예정이며,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둔 별도 캐스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손상원 이다엔터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은 기존 한류의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아이돌을 활용하지 않으면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K-팝, K-드라마의 파생상품 정도로 인식되던 뮤지컬 한류는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최초의 한국 뮤지컬 전용관인 아뮤즈씨어터의 개관작 ‘싱글즈’ 공연 당시 모습.

일본 진출작은 상당수가 드라마나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익숙한 이야기, 아이돌을 주역으로 캐스팅한 것들이다. 만화 원작으로 윤은혜 주연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궁’은 뮤지컬로도 제작돼 지난해 9월 도쿄 공연에 이어 올해도 지난 5일부터 오사카에서 공연 중이다. ‘커피프린스1호점’ 역시 드라마의 성공에 기댄 뮤지컬이 일본에서 무대에 올랐다.

손 대표는 “드라마컬(드라마 원작 뮤지컬)이 홍보하기에는 좋지만, 너무 잘 알려진 스토리를 그대로 무대화하면 관객이 식상함을 느끼기 쉽다”며 “순수 창작물에 한국 연출, 일본 배우와 일본어 공연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원작이나 스타캐스팅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창작물로서 라이선스가 판매된 ‘빨래’와 ‘김종욱 찾기’의 성공은 고무적이다.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직장을 위해 상경한 주인공과 외국인 노동자, 마을버스 기사 등 소시민의 삶을 다룬 ‘빨래’는 지난해 2월, 5월, 8월 등 4차례에 걸쳐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일본 배우의 연기로 선보였고, 내년 일본 공연도 예정돼 있다. 일본에서 입소문이 나 서울 동숭동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빨래’에는 일본어 자막이 서비스된다. 제작사인 명랑씨어터 수박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이 매우 어려울 때였다. 작품에 담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가 일본 관객의 마음에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중국에 라이선스가 판매돼 중국 연출가, 중국 배우의 참여로 지난달 상하이에서 초연했다.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물인 만큼 작품의 대사나 유머는 상당부분 중국식 표현과 유행으로 환치됐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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