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을 하루 앞둔 8일. 강남일대 부동산 거래현장에선 ‘효과 제로’라는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만 무성했다. 4.1 대책 시행으로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또는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하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받지만 일부 값싼 급매물만 거래될뿐이다. 세금 감면 혜택 때문에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거의 없었다. 집값이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9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 감면조치로 움직였던 실수요도 6월을 기점으로 모두 자취를 감췄다. 생애 첫 집 매입시 취득세 면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 등 4.1 대책의 다른 조치들도 ‘약발’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8일 헤럴드경제 기자가 찾은 서울 대치동, 개포동 등 강남권 주변 공인중개사무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대책 발표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 가격표를 바꿔달기도 했던 3개월 전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7월들어 매매거래를 성사시킨 곳은 없었다. 이 때문에 강남 일대 중개사무소 가운데엔 아예 문을 닫았거나 업종 전환을 준비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대치동 은마상가의 B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거의 없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기준 급매가가 5월에 비해 6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1단지도 5월 6억7600만원까지 올랐던 42㎡ 시세는 4000만원 이상 빠져 2월(6억4500만원) 수준 이하로 내려갔다.
5∼6월까지 일시적으로 시세가 오르고 거래도 살아났던 것은 양도세 면제보단 한시적 취득세 감면 조치 때문이라는 게 강남권 공인중개사의 관측이다. 개포동 개포공인 관계자는 “6월엔 주공1단지만 40건정도 거래됐지만 지금은 1건도 없다”며 “가격상승 동력이 없는데 양도세 면제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등 수도권 양도세 면제 대상 가구중 4.1 대책 전보다 집값이 보합세거나 하락한 가구는 값이 오른 주택보다 5배 많았다. 부동산114가 서울, 분당, 용인 등 양도세 면제 수혜 대상 131만184가구의 4.1 대책 직전과 7월 첫째주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값이 상승한 곳은 21만5182가구에 달했다. 반면 값이 내렸거나 보합세인 주택은 109만 5002가구로 집계됐다. 결국 서울, 분당, 용인지역 주택의 83%가 양도세 부과 대상에 제외되는 등 4.1 대책 무풍지대라는 뜻이다.
매도 호가가 더이상 시장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급매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 마포구 C공인 최정인(가명) 대표는 “래미안 공덕4차 전용면적 59㎡의 매도호가는 4억5000만원이지만 4억원 이하 급매물만 거래됐다”며 “요즘엔 급매물 시세도 매수자가 부르는 대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6억원 이하의 생애 첫 집 구매시 취득세 면제 조치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값싼 중소형 주택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 노원구 일대에선 취득세 면제는 그림에 떡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내려가는데 굳이 빚으로 집사서 세금혜택 받으려 하겠냐”며 “정부나 금융기관의 전세자금 대출도 저가 매매로 옮아갈 실수요를 전세에 눌러 앉게하는 요인이다”고 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도 6월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기대감이 꺾인 실정이다. 대표적인 리모델링 사업 대상지로 꼽혔던 분당 느티마을 인근 D공인 이 모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시세가 재차 꺾인 것을 보면서 이곳 리모델링 인기도 식었다”며 1∼2개월 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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