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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파워부동산> 분양만 고집하던 시대 끝나…미래 열 제3의 길을 찾아라
저성장·부채증가·하우스푸어…수요 이탈 장기화 불가피

젊은세대 겨냥한 콤팩트형·대중교통·도심 인프라가 미래 ‘삼박자’ 트렌드

첨단 관리시스템 도입·임대사업으로 과감한 방향전환 등 혁신적 경영전략만이 살 길



여름 분양이 홍수를 이루면서 분양업체마다 수요 잡기에 여념이 없다. 매스컴을 총동원한 홍보 판촉 활동은 물론 입소문을 위한 중개업소 및 대학생 판촉단까지 발족, 구전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순수 판촉 홍보대금만 해도 수억원대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위례신도시 등 국지적으로 소수의 대형 업체 분양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수요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아파트 분양업체는 무려 500명의 판촉요원을 고용, 전방위 판촉에 나서고 있으나 분양 실적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사업을 그만두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주택 사업은 이제 끝났다’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수요 가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있는 업체는 임대 사업 강화 쪽으로라도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업종 전환을 서두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하늘만 바라보는 신세다. 주택 수요 급감과 소비자들의 무조건적 하자 소송 등으로 영광(?)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과연 주택 사업은 끝난 것인가.

▶주택 수요 급감, 보급률보다 경제 불황 영향=지난 1990~2000년대 연간 주택 공급 규모는 줄잡아 50만가구를 상회할 정도였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주택 공급량은 2000년대 집값 상승기를 맞아 재차 늘어났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 주택 사업은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다. 당시 집값 상승과 경제 호황으로 수요가 급증한 데다 시행 및 시공 이익이 커 말뚝만 박으면 뭉텅이 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1995년 86% 수준에서 2010년 101.9%로 급격히 높아지면서 주택 수요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만성 부족에 시달린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 역시 99%를 넘어서 극심한 주택 수급 불균형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3%대의 저성장은 실질소득 증가세를 둔화시켰고 이로 인한 주택 구매력이 크게 감소, 수요 위축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계 부채 증가, 하우스푸어 등에 따른 부동산 자산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수요 이탈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정부가 2020년까지 연간 주택 공급물량을 40만가구 수준으로 낮춰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저출산 및 고령화, 저성장, 수요 다변화 등을 감안하면 향후 이 같은 수요조차 제대로 소화해낼지 미지수다. 당장 경기도만 해도 향후 수요가 9만가구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수도권 24만가구 공급 예측물량도 허수일 수 있다. 멸실과 신혼, 분가 수요 자체가 감소할 경우 주택 수요는 향후 더욱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주택 사업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주택 보급률이 높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낡고 오래된 주택인 데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368가구에 불과, 여전히 일부 잠재 수요는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내외적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신규 수요보다는 대체 수요 내지는 리뉴얼 수요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던 주택 사업이 소규모 주택 전문업체의 영역으로 굳혀지면서 소량 다품종 주택 사업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업체는 인프라 건설에 주력하고 주택은 주택 전문업체의 영역으로 진화할 공산이 크다.

 
주택 건설업체들이 장기 수요 위축에 따른 사업 및 수익 악화로 휴ㆍ폐업, 업종 전환 등이 속출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제3세대 주택 개발·임대 사업 적극 모색 등 혁신적 신경영 전략이 요구되는시점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사업 호황 기억 버리고 과감하게 사업 변신해야=지난 1990년대 주택 사업 호황으로 비대해진 주택 건설업체는 유통 등 일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 청구를 비롯해 우성, 한양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주택 사업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한 데다 선단식 경영으로 실패했다. 업종 다각화가 힘든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현재의 주택 건설업체들 역시 시장 활황세만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수요 감소로 대호황의 영광(?)을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 날로 쇠퇴해가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을 찾지 않는 한, 고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주택 건설업체의 경우 임대 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에 따른 도심 내 중소 규모 주택 선호계층이 증가하고 고용 불안정과 저성장은 임대 수요 증가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분양 사업의 매력을 과감히 접고 수요가 존재하는 임대주택 사업으로 전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시장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제3세대 주택 개발 역시 시급하다. 1980~90년대는 성냥갑 아파트, 1990~2000년대는 친환경이 아파트 건설이 주요 콘셉트였다면 이제 지능화된 제3세대 아파트 개발이 절실하다. IT와 신주택 디자인, 관리기술 등이 어우러진 새 상품을 개발, 교체 수요를 적극 유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자제품처럼 사용설명서가 부착되고 이를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관리해주는 제품 개발과 시스템화가 뒤따라야 한다. 분양 시부터 해당 단지 AS업체가 설립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소득에 따라 단독, 타운하우스 등 새로운 유형에 대한 잠재 수요가 증가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를 위한 치밀한 디자인은 신주택 개발의 중요한 요소다. 금융과 재고 주택, 자산관리 등을 결합한 새로운 주택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혁신적 신경영 전략이 요구된다.

▶콤팩트, 도시, 대중교통이 미래 주택 수요 트렌드=글로벌 도시부동산 연구모임인 ULI(Urban Lanf Institute)가 최근 내놓은 미래 주택 수요 트렌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ULI는 앞으로 주택 수요 트렌드를 콤팩트(압축형), 도시 거주 및 대중교통 등 3대 핵심 수요가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가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역할을 하면서 도시 거주자가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고, 도시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교외보다 높다 보니 거주 평형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자가용 이용보다는 도시 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역세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콤팩트 주택과 복합용도 건물형태가 도시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젊은 세대의 주무대가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주지역 중심지에 쇼핑과 오피스가 함께 들어서길 원하고, 저소득층도 다양한 거주 인프라가 있는 곳에서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유망 주택 사업은 집과 직장 간의 짧은 출퇴근을 선호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수요 특성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등 실버층은 이사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가족을 비롯해 친구, 병원, 쇼핑, 엔터테인먼트 및 공원이 가까이 위치한 곳에 거주하길 원하는 특성을 지닌다. 실버 세대의 구직 활동을 감안해 고용센터 같은 기능을 결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택 소유와 시장 회복에 대해서는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 개인 소득이 늘어나는 시점을 유념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경제가 글로벌 동조화 현상을 나타낸다고 봤을 때 현재 미국 부동산의 회복 여파가 향후 1~2년 내 한국의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주택 시장 회복이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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