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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정몽구 통큰 2000억 사재 출연…내우외환 재계에 확산될까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장맛비와 폭염이 오락가락 기승을 부렸던 지난 2일, 정몽구(75)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재 2000억원 쾌척이라는 통 큰 결정 내놨다. 이노션 보유 지분 20% 전량인 36만주를 매각,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하 정몽구 재단)에 출연키로 한 것이다. 비상장 주식인 만큼 정확한 금액 확산이 쉽지 않지만 증권가에선 평가금액을 13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사재 출연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 방중 직후라는 점도 주목 받는다. 하지만 사실 정 회장은 이번 사재 출연을 오래 전에 결정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은 평소 현대차그룹이 이 만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모두 국민들의 성원 때문이라고 강조해왔다”며 “떠들썩하게 만들지 말라고 당부해 오히려 공개 시점이 지금까지 늦춰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 회장은 ‘오너의 지분 매각’이 시장이나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비상장 주식 매각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 회장은 지난 2011년 순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5000억 원을 기탁한 바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총 6500억 상당(출연 당시)의 사재를 재단에 출연했다. 5번째인 이번 출연까지 모두 더할 경우 금액은 최대 8500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그의 이번 사재 출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연이은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과 속도가 붙고 있는 경제 민주화 조치들, 그리고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힘들다’는 소리를 내는 것 조차 오해를 받을 정도로 기업가 및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가 “(정 회장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꼭 필요한 순간해 해줬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정 회장의 선제적인 조치들은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을 줬다. 연초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광고와 물류 분야의 계열사 간 거래 중 절반, 금액으로 따지자면 총 6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삼성, LG, GS 등 수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내놓았던 사내하청(하도급) 근로자 대규모 정규직 채용 제안 역시 SK, GS, 신세계 등 상당수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것’이라며 깎아 내릴 수 있다. ‘지난 2006년, 향후 7년 이내(2013년까지)에 84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켰을 뿐’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 회장의 뚝심, 그리고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모습 등이 최근 돌파구를 찾기가 힘든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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