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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국장급 공무원의 하소연…“국회의원 당신들은 진짜 甲, 슈퍼甲입니다”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정부 모 부처의 국장인 공무원 A 씨. 그는 며칠 전 국회에 법안 심사를 갔다 너무 황당한 일을 당했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A 국장은 본인이 속해 있는 부서의 실장과 함께 국회에 갔다고 합니다. 법안 심사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출근 시간 9시인 공무원이지만, 이날은 국회가 있는 관계로 새벽 같이 나와 밑에 있는 과장으로부터 각종 보고 사항을 챙기고, 이를 다시 실장에게 보고한 뒤 장관과 함께 국회로 갔습니다.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9시 전후. 이때부터 A 국장의 국회 사우나(?) 경험담이 시작됩니다.

A 국장이 일하는 부처의 법안은 오전에 처리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 부처에 앞서 법안을 심사 받은 다른 부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님들은 법안심사에는 큰 관심이 없이, 오로지 정치적 논쟁 상황에 대해서만 질문을 하고, 장관을 질책했습니다.


부처 이름을 다 까고, 말하고 싶지만 혹시나 행여나 A 국장이 국회의원의 국장 수색작전에 걸려들어 인사상 질책을 받을까 걱정돼 그냥 A 국장, 모부처 등으로 표현합니다.

국회의원님들은 일단 타 부처의 장관을 신나게 깨고, 방송 카메라가 휙 하고 돌아가면, 더 가열차게, 더 강렬하게, 더 힘 있게 이 부처의 장관을 소위 조졌다고 합니다.

당연히 A 국장은 물론 A 국장이 모시는 실장, 장관은 아무말 없이 타 부처 장관이 다 깨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A 국장은 말합니다. “국회 너무 더워요. 완전 찜통이죠. 그래서 공무원들 사이 국회사우나라는 말까지 할 정도에요.”

A 국장은 국회의원님들이 야속하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에어컨도 없는 회의장에 겨우 갖다 놓은 선풍기를 국회의원님들께서 자기들 방향으로만 켜 놨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공무원들은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해서 9시께 시작한 법안 심사는 타 모처 장관이 정쟁으로 엄청 깨지고 난 뒤에야 시작됐습니다.

그럼 A 국장과 A 국장이 모시는 장관, 실장은 얼마나 기다려야 했을까요?

무려 3시간 가량이라고 합니다. 그냥 기다리면서 3시간을.

그 시간 동안 정말 특별한 일도 없이 타 부처 장관이 국회의원님들에게 깨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려 감격의 법안 심사를 받고 나오는데, A 국장보다 뒤 늦게 법안심사를 받아야 하는 또 다른 타 부처 공무원들이 즐비했답니다.

뭡니까? 이게?

A 국장은 “정말 국회의원님들은 말이죠. 갑 중의 최고의 갑, 슈퍼甲입니다. 정말 슈퍼갑이죠 정말로.”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이러지 마세요. 정말.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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