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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경식 그룹 경영위원장 체제 가동...이재현 없는 CJ 앞날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일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현 정부 들어 처음 구속된 대기업 오너다. 검찰이 탈세 등의 혐의를 잡고 공개수사에 들어간 이후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밝힌 이 회장이지만 CJ그룹 임직원이 갖는 허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회장의 구속만은 피하길 바랐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선장의 발이 묶인 재계 순위 14위인 CJ호의 앞날이 불투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CJ는 올해를 ‘글로벌 원년’으로 삼아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외연을 키워나가기로 한 상황이다.

일부 사업은 벌써부터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하던 중국 라이신업체 인수 협상이 중단됐다. 사료 사업도 중국ㆍ베트남에서 진행되던 막바지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통운의 글로벌 물류업체 인수ㆍ합병(M&A)건도 ‘일단 멈춤’이다. 이 회장이 출국 금지되면서 터키 중국 동남아 미국 등 해외출장을 가지 못해 굵직한 비즈니스 협상이 ‘올스톱’된 것이다.

이 회장의 혐의와 해외 탈세 등 범죄 수익을 볼 때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라 5년 이상의 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은 CJ의 미래를 더욱 안갯속으로 몰고 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CJ는 이날 비상경영을 위해 그룹 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맡는다. 손 회장을 포함해 위원회에는 이미경 CJ E&M 부회장·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이관훈 CJ 사장·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주요 현안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심의한다.

집단경영 체제라는 점에서 SK나 한화 등 앞서 ‘총수리스크’를 겪은 대기업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손 회장이 정점에 자리한 것은 연장자인 데다 이재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CJ를 진두지휘해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기에 적임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의 ‘총수리스크’로 CJ 내부에서는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임직원과의 소통에 공을 들인 덕분에 응원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맡은 임무를 다하자는 목소리가 CJ호를 단단히 지켜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삼성가의 장손으로서 풍파 많은 세월을 지내온 이재현 회장, 그리고 CJ그룹 임직원들은 지리한 장마 한복판에 서게 됐다. 이들이 어떻게 집중호우를 견디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CJ호의 항로가 결정될 것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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