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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수 있는건 다한다”…대기업 문어발식 확장 산업 생태계 황폐화
‘끼워팔기’·‘1+1’ 마케팅에 속수무책
2011년 여름, 대한민국은 때아닌 ‘두부 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발단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발표을 앞두고, 적합업종 신청군이었던 ‘두부 사업’에 대해 대기업이 역공을 취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의 두부시장 진출로 시중에 판매되는 두부의 위생 수준과 안전성이 향상됐다고 주장한 반면, 중소기업 측은 “대기업이 강력한 마케팅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시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끼워팔기’ ‘1+1행사’ 등을 무기로 한 대기업 제품이 대형마트 등을 장악하면서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중소기업 제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대기업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중심이 돼 형성한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시장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는 경우와 기존의 시장이 잠식 당해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경우다.

스팀청소기 시장은 기존의 한경희생활과학이 국내 최초로 스팀청소기 특허를 획득하며 시장을 형성한 이례 유력 대기업들의 참여로 시장 파이가 확대돼 기존 중소기업의 판매 규모도 늘어난 사례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대기업 진출 이후에도 스팀청소기 시장에서 꾸준히 선두를 유지, 2012년 기준 업계 점유율 78%를 기록했다.

문제는 일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이 앞선 두부 시장의 사례처럼 대기업의 진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점. 대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에 들어올 경우 대기업과 소규모 중소기업 간의 공정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진출 이후 품질 경쟁이 이뤄지던 시장이 점차 가격 경쟁, 점유율 경쟁 시장으로 왜곡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대기업이 들어와서 제품이 좋아졌다거나 제품군이 다양해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은 대개 1+1 행사 등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유통을 장악하니까 중소기업의 시장접근 자체를 막아버리고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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