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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호철> 돈은 물 흐르듯이, 강태공의 지혜
지금 세계가 돈을 너무 풀더니 이젠 돈줄을 조인다고 한다. 경제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돈의 물꼬를 틀 때에는 시장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돈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3000년 전 강태공의 지혜를 현 경제를 음미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조선의 ‘마르코 폴로’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홍어장수 문순득이다. 그는 약 210년 전 흑산도에 홍어 사러 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는 바람에, 3년2개월간 지금의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등 동남아 일대를 떠돌다가 천신만고 끝에 귀환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당시 흑산도에 귀양 와 있던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에 전해져 기록으로 남겨졌다. 문순득이 마카오에서 경험한 서양식 화폐 제도는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저서 ‘경제유표’에서 화폐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논거로 제시됐다.

문순득이 목격한 마카오의 큰 장사꾼들이 사용한 돈은 다음과 같다. 동전 오십 닢은 은화 한 닢에 해당하고, 은화 오십 닢은 금화 한 닢이 된다. 이 금ㆍ은ㆍ동전에 각각 무게에 따라 대중소 세 가지씩을 만들면 모두 9종류의 돈이 된다. 큰돈과 작은 돈이 다양한 상거래를 가능케 해 경제를 번성시킨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당시 상평통보란 동전 하나만으로는 조선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농업과 더불어 상공업을 발전시키려면 보다 큰 단위의 화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정약용은 이 9가지 돈을 ‘구부환법(九府法)’이라고 보았다.

‘구부환법’은 고대 중국 주나라의 강태공이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화폐제도다. 동양에서는 이것이 화폐제도의 시발로 알려졌다. ‘구부’는 화폐를 관장하는 아홉 관청이라 하지만, 이것이 각각 금ㆍ은ㆍ동화를 의미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폐를 ‘환()’이라 부른 것은 동전 모양이 둥근 데서 연유한 것은 아니다. 당시 화폐는 원형이 아니라 칼 모양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화폐가 물 흐르듯이 흘러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약 3000년 전 은(殷)나라 왕이 여색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하고 폭정을 일삼자, 강태공으로 알려진 여상은 강호에 묻혀 낚시로 시간을 보냈다. 강가에 나가 바늘 없는 낚시를 드리우며 때를 기다리던 그는 마침내 주 문왕을 만나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했다. 주나라 창업공신인 강태공은 재상으로 경제면에서도 탁월한 식견을 보였다. 그는 왕에게 ‘삼보(三寶)’를 중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삼보란 농업, 공업, 상업을 가리킨다. 농업은 곡식을 충족케 하고, 공업은 물건을 풍족하게 만들고, 상업은 재화를 풍부하게 한다. 삼보가 온전해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다.

강태공의 국정운영 방식은 간단ㆍ명료했다. 백성들이 지켜야 할 인, 의, 충, 신 등의 여섯 가지 원칙을 밝히고, 조세로서 산출의 십분의 일을 국가에 납부토록 했다. 상벌을 간편하게 만들어 백성들을 생업에 전념케 했다. 여기에 ‘구부환법’이라 불리는 화폐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뒷받침했다. 강태공의 이런 민생 통치법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쳤고 고대 중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발전에 기여했다.

지금 세계가 돈을 너무 풀더니 이젠 돈줄을 조인다고 한다. 경제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돈의 물꼬를 틀 때에는 시장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돈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물은 너무 없으면 가물고, 너무 많아도 홍수로 어려움을 겪는다. 3000년 전 강태공의 지혜를 낡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보다 현 경제를 음미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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