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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한 걸음 물러나 나를 힐링하는 시간…템플스테이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팔뚝 위에 초 심지만한 마른 쑥이 올라갔고, 불을 붙이자 마자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살 타는 냄새가 잠깐 나는가 싶더니 이내 연기만 남았다. 눈물이 찔끔. 쌍계사 템플스테이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연비의식이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육신의 고통도 감내한다는 것으로 약식이지만 연비의식을 거치니 ‘무상심’이라는 법명까지 주어졌다.

불교에서 무상심(無常心)은 모든 것이 덧없음을 느끼는 마음을 말한다. 이름의 한자를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집착을 떠난 경지에 오르도록 노력하라는 것인지 받은 법명은 무상심(無相心)이었다. 머문 시간은 단 며칠에 불과했지만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고 숲, 바람, 물의 소리에 귀기울였던 잔상은 연비 자국과 함께 오래도록 남았다.

▶버리는 법 배우기= 새벽 3시. 산사의 하루는 만물을 깨우는 도량석(목탁을 두드리며 경내를 도는 등의 의식)으로 시작한다. 깨끗한 마음으로 새벽 108배를 하고, 정갈한 음식으로 발우공양을 한다. 도량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울력을 하고, 숲길을 산책하며 온몸으로 자연을 느낀다. 스님과 차담(茶談)을 나누며 인연의 소중함을 배우기도 한다. 스님이 던지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참선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흐트러진 나를 다잡기 위해서라면 다소 힘들더라도 스님들의 일상 체험을 그대로 하는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핸드폰도 꺼둬야 하고, 말수도 최소한으로 줄인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무엇을 얻기보다는 버리는 법을 배운다. 잡고 있던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듯이 비워야 풍요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반나절이 넘게 걸리는 1080배는 선택이다. 지난번에 낮잠으로 시간을 때웠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지라 이번엔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시작은 해보자 싶었다. 무릎이 아플까 두툼한 방석 2개를 깔았지만 500배쯤이 넘어가니 맨바닥마냥 느껴졌다. 초여름 더위에 준비해 놓은 수건은 이미 흠뻑 젖었다. 중간에 소금을 한움큼 집어먹고 다시 이어갔다. 1080배 마지막까지 깨달음은 오지 않았지만 어느새 마음은 편안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내비둬’= 사실 사찰로 휴가 목적지를 정한 많은 이들이 고즈넉한 산사의 자연 속에서 쉬고 싶어서 간다. 전라북도 김제 금산사는 ‘나는 쉬고 싶다’ 프로그램, ‘내비둬’ 콘서트로 유명하다. 여러 관계 속에 놓여 있는 나를 한 번쯤은 편안하게 놓아주자는 것. 가르침이 아니라 공간에 머물러 시간을 흘러보내고, 그 흘러감에 나를 던지자고 한다.이렇게 말해주니 그냥 뒹굴뒹굴 쉬는 건데도 뭔가 ‘폼’나게 해준다.

우리 불교 역사는 1700년에 달한다. 조금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천년고찰을 찾아가봐도 좋다. 지리산 화엄사와 천은사, 동악산 도림사 등은 ‘3사 3색’ 템플스테이로 3박4일간 천년고찰 3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예비 엄마, 아빠에게는 태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다. 요즘 유행인 숲태교인 셈이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부부가 함께 하는 태교 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의 소림사를 아십니까=마음 수련과 함께 몸 수련을 하고 싶은 이도 있을 터. 이들은 선무도를 수련할 수 있는 경주 골굴사로 눈길을 돌려보자. 중국엔 소림사가 있다면 한국엔 골굴사가 있다.

골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던 것은 3년 전인데 아직도 상시로 수련생을 받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선무도 수련은 하루에 두 차례다. 아침 공양 후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수련을 하고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저녁 수련을 한다.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으로 사찰에서 공식적으로 선무도로 수련하는 곳은 골굴사뿐이다. 스님들이 물구나무 서기로 수련장 앞 계단을 내려오거나 180도로 다리를 찢어 점프하는 모습은 골굴사에선 그저 일상일 뿐이었다.

선무도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트레킹 템플스테이 정도로만 몸을 풀어줘도 좋다. 전라북도 무안 내소사에서는 직소폭포와 제백이고개, 관음봉 삼거리, 전나무 숲을 돌아오는 ‘자연과 하나되기’ 트레킹 템플스테이를 만나볼 수 있다.

▶템플스테이? 템플라이프?=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 114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언제든 참가할 수 있도록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고, 여름이나 겨울 특정기간 동안 2~3회만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미 가고 싶은 곳을 정했다면 해당 사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이메일이나 팩스, 전화로도 가능하다.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http://www.templestay.com/)에 들어가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찰이나 프로그램별 검색도 가능하고, 사이트에서 직접 템플스테이 신청도 가능하다.

비용은 사찰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자는데 3만원 안팎으로 보면 된다.

하루 자고 오는 템플스테이가 부담스럽다면 몇시간 참가하고 싶은 프로그램만 즐기는 ‘템플라이프’도 가능하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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