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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금모으기 운동을 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우리는 정치가 경제에 짐이 되는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 이제 막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우회 공개도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조짐이다. ‘똘똘뭉쳐’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상황에 국론분열에 휘발유를 부은 것이다.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 말과 “정말 어렵다”는 사장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요즘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어렵다, 어렵다’를 반복하고, ‘언제나 경기 풀리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혹자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산업 담당 데스크로서 이들의 말은 실감이 난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5일 열린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과 경제 5단체장 간의 조찬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현재의 위기 상황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날 간담회는 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고 기업의 기를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뿔이 날 대로 난 경제단체장들은 덕담은 뒤로 한 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거침없이 뱉어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 경제 양적완화, 엔저지속 등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은 “무역 축소에 따른 고용의 문제 심각하다. 경기침체, 엔화약세의 효과가 6개월이 지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도 “장기간의 내부부진으로 판매대금 지연, 과당경쟁 등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기업 규제 움직임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기업활동을 과다하게 제한하는 입법환경을 좀 더 개선해달라고”고 주문했다.

단체장들의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는 이미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미국 출구전략, 중국발 ‘돈맥경화’ 현상, 글로벌 라이벌의 견제 강화라는 외부 요인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브레이크 없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질주와 기업 사정에 허우적대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안겨줬던 경기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은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다. 상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는 다소 풀릴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한상의가 내놓은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올 3분기 전망치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97’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체감도 측정이지만 ‘상저하저’가 예상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의 상실이다. A그룹 관계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앞이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기업이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는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이 국난 극복의 정신적 힘이 된 것처럼 전 국민을 하나로 이끌어내는 모멘텀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정치가 경제에 짐이 되는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 이제 막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우회 공개도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조짐이다. ‘똘똘뭉쳐’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상황에 국론분열에 휘발유를 부은 것이다. 정치권이 이번만이라도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 과한 기대감일까.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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