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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윤재섭> 수능시험 결과에서 본 과제와 희망
더 이상 부모들이 자녀의 국공립고 배정소식에 한숨을 쉬게 해선 안 된다. 학교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우수 학교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상향평준화를 유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최근 공개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빛과 그림자를 보게 했다. 고교별 시도별로 분류된 성적은 우리 고교 교육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과제를 깨달은 것은 큰 성과다. 국공립고 학생들의 성적은 이번에도 역시 사립고 학생들의 성적에 미치지 못했다. 국공립고는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전 영역에서 사립고에 뒤처졌다. 격차도 벌어졌다. 언어영역에서 4.1점, 수리가에서 4.5점, 수리나에서 4.3점, 외국어에서 5.3점 차이가 났다. 2012학년도에 비하면 차이가 0.1∼1.6점 더 벌어진 셈이다.

사립고의 강세는 5년 주기로 교사가 순환하는 공립고에 비해 장기근속 교사가 많고, 일반적으로 교사들이 성적향상과 학생지도에 더 노력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지도를 목표로 삼고, 중장기 계획에 따라 학습관리와 자율학습 지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이 사립고 성적우위의 배경이다. 특히 진학지도 성과가 높은 교사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우수 교사 영입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학교재단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전국의 고등학교 2303곳 가운데 국공립학교는 1356곳으로, 열 중 여섯 곳은 국공립고이다. 수능성적만으로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국공립고의 성적열위를 가볍게 보는 것 역시 옳지 않다. 국공립고의 성적향상 없이는 대한민국의 고교생의 성적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2013년 수능시험이 과제만 남긴 건 아니다. 희망도 보여줬다.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읍면지역 고교가 도시 고교와의 성적 격차를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력편중을 우려하던 때인 만큼 고무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제주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는 수능 1, 2등급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평준화 지역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학교 간 성적격차도 적었다. 제주지역에는 서울처럼 학원이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학생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학교별, 지역별 학력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고교 평준화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때문에 교육당국은 학력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당국이 국공립고 학생들의 성적열위 원인을 모를 리 없다면 제도 개선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교사의 5년 주기 순환 근무 원칙을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성적향상 및 진학지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일이다. 동기부여는 성과를 촉진하는 촉매다. 좀 더 느슨해 보이는 국공립고에 경쟁심리를 부추길 당근을 제공해 봄직하다. 더 이상 부모들이 자녀의 국공립고 배정소식에 한숨을 쉬게 해선 안 된다. 학교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우수 학교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상향평준화를 유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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