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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버냉키 쇼크, 금융보다 실물이 더 문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이른바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전 세계적 쇼크로 번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낙관론이 더 우세한 것 같다. 이런 전망은 그 나름의 일관된 바탕을 확보하고 있어 예측대로 큰 파동 없이 우리 경제가 적응하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낙관론의 근거는 우선 우리 경제의 적응력을 꼽고 있다. 몇 가지 구조적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결정적인 글로벌 위기를 다른 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극복해 왔다는 것이다. 가령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비용과 고통이 매우 컸지만 결국은 적지 않은 교훈과 함께 위기 극복과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그 경험과 바탕이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마저 스마트하게 넘길 수 있었던 원천이 됐다.

이 같은 경험들은 우리 경제 주체들의 위기관리능력을 배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버냉키 쇼크도 충분히 대응해 낼 것으로 보는 이유다.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는 물론 산업구조적 펀더멘털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다른 측면에서 양적 완화 축소는 결국 미국 경제의 회복과 정상화 과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호재일 수 있다. 가령 달러화가 강세로 이어진다면 대미(對美)시장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전자 등 일부 수출 산업에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금 유출 가능성은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그동안 미국만 해도 3조달러 이상을 풀었다. 이 자금이 환수되기 시작하면 세계 자금시장 흐름은 그 기조가 바뀔 것이고, 돈이 많이 흘러들어간 신흥시장에서는 생각보다 유속(流速)이 빨라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자본시장 구조가 취약한 우리는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긴밀한 국제 공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외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ㆍ일 간 스와프도 형식과 체면보다 국익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위기가 금융이 아니라 실물 쪽에서 찾아올 개연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자금의 썰물 현상은 신흥시장 전성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할지도 모른다.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들이 대거 침체기로 접어들게 되면 우리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의외로 광범하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이 부진에 빠지면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다. 성급한 낙관보다 신중한 비관이 더 생산적이고 현실적인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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