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혁신의 첫키스, 개발자회의
아이폰ㆍ구글클래스 등 신제품 공개부터 기술시연까지…'IT 꿈의 실현' 애플ㆍ구글ㆍMS개발자회의의 모든것
WWDC, I/O, 빌드(Build). 무슨 암호 같기도 한 이 이름은 이제 IT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볼 정도로 유명세를 띠게 됐다. 각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회의다. 개발자회의 본래 취지는 기업들이 프로그래머들에게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다. 따라서 일반인에게는 전문용어 투성이에 내용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해마다 행사가 열리면 전 세계 IT 사용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세상을 바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바로 이 개발자회의에서 공개됐기 때문이다. 1600달러에 달하는 애플 WWDC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2배 이상 뛰고, 900달러로 가격을 2배 올렸는데도 구글 I/O 입장권이 한 시간도 안돼 매진되는 이유다.

▶나이로는 WWDC가 큰 형님, 역사는 WWDC에서 탄생했다= 현재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MS 윈도폰은 모두 각사의 개발자회의를 통해 공개됐다. 그중 가장 오래된 행사가 애플의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다. 최초의 WWDC가 1983년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서 열린 행사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애플 내부의 판매 회의였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WWDC 원년이 1995년으로 통용되는 분위기다.

애플은 1995년 오픈독(Open Doc)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이는 응용 개발자가 플랫폼에 관계없이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게 해주는 컴포넌트 빌더다.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개발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적인 iOS 정책을 쓰는 애플이 초기에 개방된 개념의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18년간의 WWDC가 열리는 동안 드라마틱한 순간을 꼽으라면 대부분 1999년, 2007년, 2010년을 꼽는다. 애플이 망해가던 시기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온 고(故) 스티브 잡스가 WWDC 1999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애플의 부활을 예고했다. WWDC 2007은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웹브라우저 사파리도 함께 발표됐다. 아이폰 효과로 1년 뒤 WWDC는 처음으로 입장권이 매진됐다.

WWDC 2010은 가장 아이폰답다고 평가받는 아이폰4가 발표된 자리였다. 특히 전년도 췌장암 수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잡스가 다시 나타나며 아이폰4를 꺼내들었을 때 사용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수척해진 잡스가 쥐고 있던 아이폰4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애플은 WWDC에서 아이폰을 공개하지 않았다. 팀 쿡 현재 CEO가 배턴을 물려받아 기조연설자로 나서지만 잡스의 무게감에 미치지 못한다. 이제 애플은 WWDC에서 제품보다 iOS 중심의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WWDC 2013에서 iOS7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뭔가 허전한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잡스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아이폰 같은 제품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위부터 췌장암 수술 후 수척해진 모습으로 ‘WWDC 2010’에서 아이폰4를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I/O 2012’에 등장한 세르게이 브린 구글 CEO.

▶절정에 달한 구글 I/O, 갓 피어난 MS 빌드=구글 I/O는 Input/Output(입력/출력)이란 의미와 함께 ‘Innovation in the Open(혁신은 개방 속에 있다)’이란 뜻도 담고 있다. 오픈소스 상징이 된 안드로이드의 기본정신인 셈이다. 2008년 시작된 I/O는 90개 이상의 개발자용 세션을 진행하며 여느 개발자회의와 비슷한 모습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2010년 안드로이드(2.2버전 프로요) 모바일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 구글 TV 등을 선보이며 구글만의 개발자회의 특색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2011년에도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크롬 운영체제를 탑재한 PC 크롬북 판매 일정까지 공개하며 구글은 제품에도 힘을 줬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세르게이 브린 구글 CEO가 SF영화처럼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구글 글래스를 쓰고 등장한 브린 CEO는 구글 플러스의 다자간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인 ‘행아웃’을 시연했다. 그는 비행선을 타고 있는 스카이다이버와 연결해 I/O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 다이버가 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을 띄웠다. 또 그가 비행선에서 뛰어내려 행사장 지붕에 내려앉을 때까지 생생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AP통신은 이날 손의 도움 없이 스마트 세상을 즐길 수 있는 구글 글래스가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구글은 개발자회의 참석자들에게 구글 글래스 시제품을 1500달러에 사전 주문받았다.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제품 중 하나다.

이밖에도 구글은 I/O2012에서 최초의 소형 태블릿 넥서스7을 공개하며 애플과 달리 사용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품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올해도 구글은 차세대 레퍼런스폰으로 구글에디션 갤럭시S4를 판매한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MS의 빌드는 가장 역사가 짧다. 빌드는 2011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처음 개최됐다. 개발자회의는 주로 윈도8과 같은 운영체제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빌드는 지난해 윈도 애저와 모바일 운영체제 윈도폰8을 선보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윈도 애저는 MS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다. 최근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 SM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유통채널 ‘SMTOWN’의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으로 채택해 주목받았다. 윈도폰8 발표 후 삼성전자 아티브S, HTC 8X, 노키아 루미아920 등이 출시됐다.

MS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빌드 행사에서 윈도8.1 베타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개발자회의 핫스폿된 모스콘=올해 애플, 구글, MS가 개최하는 개발자회의는 모두 한곳에서 진행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애플과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에서 각각 WWDC와 I/O를 열었다. MS도 올해 처음으로 빌드를 모스콘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모스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시장으로 1984년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1981년 샌프란시스코 전 시장이었던 조지 모스콘을 기념해 이름이 지어졌다. 지하에 설치된 2개의 대규모 회의장과 지상 3층 높이의 회의장 등 총 3개의 대규모 회의장이 있다. 1992년과 2003년 5만6000m² 부지에 전시시설이 추가돼 전시장 총 면적은 8만4000 m²에 이른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