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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자동차 시승기,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자동차 기자는 일반인은 물론 기자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신차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자동차 기자가 아니라면 좀처럼 겪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지요. 부러움을 받을 만합니다.

워낙 규모와 파급력이 크고, 마니아층도 두터운 산업분야이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작성하게 됩니다. 모든 기사가 피와 땀을 짜내 작성하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쓰기 어려운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시승기입니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요. 그냥 자동차를 타고 그 느낌을 솔직하게 쓰면 되는 일이니까요. 즐겁게 운전하고 그대로 쓰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응도 왕왕 듣습니다.

하지만 시승기가 어려운 까닭은 객관적인 주관을, 주관적인 객관을 요구하는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일기가 되선 안되지만, 또 논문이 되서도 안됩니다. 주관적인 느낌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자칫 기사의 객관성을 잃게 되고, 객관적인 수치에만 몰두하면 시승기가 아닌 보도자료로 전락합니다. 시승기는 쓰기도 어렵지만, 그 안에서 객관성과 주관성을 명확하게 구별하며 읽기에도 어려운 기사입니다. 


그래서 시승기에는 알게 모르게 기자의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평가가 섞여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를 좀 더 쉽게 구별한다면 시승기에 대한 오해를 조금 더 풀고, 이해를 조금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몇가지 팁을 드리자면, 우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느낌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고 읽는 게 좋습니다.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와 벤틀리 컨티넨탈 GT 중 어느 차가 더 디자인적으로 뛰어날까요?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한국지엠 말리부 중 더 멋지게 생긴 차는 어느 차인지요?

기자는 ‘개인적으로’ K3보다 포르테가 더 디자인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BMW 1시리즈보다 메르데세스 벤츠 A클래스가 더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인 평가이지요. 심지어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까지 거친 신모델이 구모델보다 더 디자인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 지인 중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차로 캐딜락 ATS를 꼽은 이도 있습니다. 전 좀처럼 공감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합니다. 


그만큼 개인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때문에 시승기에서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아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만 참고하시는 게 정확한 접근법입니다.

성능 평가는 비교적 객관적인 분야입니다. 우선 제원 상의 숫자가 있지요. 이보다 더 객관적인 자료는 없습니다. 디자인에 비해선 훨씬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토크가 좋은 모델은 100명 중 90명이 좋다고 말하고, 안정감 있는 출력을 보장하는 모델은 100명 중 90명이 동일하게 평가합니다. 승차감이나 소음 등도 아주 이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한 통계적으로 호불호가 일치하곤 합니다. 대규모로 기자가 동시에 시승을 하는 행사에서도 차량 성능 상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입니다. 그만큼 다른 분야보다 객관적인 시승이 가능하단 의미입니다.

참고로, 통상 기자들이 시승을 진행할 때 꼭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바로 고속 주행입니다. 그런데 시승기를 보면 어느 속도까지 달리는지 좀처럼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말 고속으로 달려보긴 한 거냐”라는 반응도 있지요. 


만약 기자가 시속 140㎞/h를 달렸다고 가정하겠습니다(제가 그렇게 시승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쿨럭). 자, 그럼 기사에 이를 그대로 쓰게 된다면, ’저는 불법 과속 운전을 했습니다’라고 자인하는 셈이죠.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는 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실제로 이 같은 일로 인해 독자들로부터 ‘경찰에 기자를 신고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기자도 있답니다.

때문에 대부분 기자들이 시승을 하면서 150㎞/h를 넘나들며(대부분 기자가 그러할 뿐 전 결코 아닙니다. 신고하시면 안됩니다. 쿨럭) 고속주행을 해보지만, 시승기에는 ‘제한 속도에 육박하는’, ‘~㎞/h에 육박하며’ 등의 순화된 표현을 쓰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승기에 차량의 단점이 지적돼 있다면 그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자동차업체가 사활을 걸고 만든 신차에서 단점을 지적하는 건 사실 상당한 확신이 없다면 힘든 일입니다. 잘못 칭찬한 것과 잘못 지적한 것은 하늘과 땅만큼 간극이 큽니다. 과도하게 칭찬하는 시승기는 자주 접할 수 있어도 과도하게 비판하는 시승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특정 차를 편애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단점을 찾는 건 장점을 찾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며, 시승기간 동안 꼼꼼하게 살펴보더라도 잘 발견되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 내구성이나 안전성 등은 사고가 나지 않는 한, 10년 이상 타보지 않는 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기에 단점으로 지적된 요소가 있다면, 이는 역으로 기자가 이 차의 단점이라고 확신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약 시승기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요소가 있다면, 차량 구매 등에 있어서 반드시 꼼꼼하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시승기를 써봤지만 여전히 시승기는 참 어려운 기사입니다. ‘매의 눈’을 지닌, 기자보다 훨씬 자동차 지식이 넓고 깊은 독자도 즐비합니다. 항상 부족하고 배우는 마음으로 시승기를 쓰곤 합니다. 따끔한 지적과 충고, 항상 고맙게 기다리겠습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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