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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시간 근로제’ 딜레마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간 근로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합니다.

향후 5년동안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키 위한 기초를 다져야 하는 박근혜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인 방 장관입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한 축인 여성 근로자. 특히 여성들을 위해 근사한, 양질의 시간 근로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최근의 딜레마는 꽤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 장관은 지난 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를 거쳐 네덜란드를 방문해 ING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ING라는 기업은 시간 근로제 여성 근로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방 장관이 ING를 방문한 이유는 네덜란드에 시간 근로제 일자리가 많을 수 있는 이유를 현장에서 직접 배운뒤 국내에 도입, 적용해 보려는 의도였습니다.

ING를 방문한 뒤 방 장관은 물론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당연히 ING에 시간 근로제 일자리가 많은 이유를 물었겠죠.

그런데 답이 다소 황당했다고 합니다.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식이었다는 거죠.

“워낙 시간 근로제가 보편적으로 돼 있어 시간 근로제를 설명할 수 있는 이렇다할 개념이 없었다”고 현장에 있었던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전했습니다.

네덜란드도 남성들은 대부분 전일제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여성 근로자들의 경우 시간 근로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37%가, 전체 여성의 60%가 시간 근로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전체 여성의 18% 가량만 시간 근로제로 일하고 있을 뿐이죠.

문제는 네덜란드에 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현재와 같이 활성화되기까지 1, 2년이 걸린 게 아니라는 겁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30년 가량 시간 근로제 정착을 위해 노사정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전일제로 일하다 근로자 개인의 일, 가정, 여가, 삶 등을 고려해 시간 근로제로 바꾸려 할 때 아무런 꺼리낌 없이 전환할 수 있는 바탕이 형성됐다는 거죠.

월급을 조금 적게 벌더라도, 근로자 개인의 가정, 여가, 삶 등을 위해 흔쾌히 시간 근로제를 할 수 있다는 근로자들의 마인드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마인드도 지난 수십년 동안 조금씩 바뀌어 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2 사람이 4시간 씩 일할 경우 고용비용은 늘어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시간 근로제가 네덜란드 노동시장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는 2사람이 4시간 씩 일하는 게 1사람이 8시간 일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꽉 짜여져 일하다 보니 효율성이 높지만, 전일제 근로자들은 내일, 모레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미루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방 장관의 딜레마가 나옵니다.

네덜란드에서 30년 넘는 시간 동안 천천히 발전돼 왔던 시간 근로제를 어떻게 국내에 도입하느냐입니다.

당연히 시행 초기 근로자들은 월급이 깎이는 손실을 감수하며 일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여성들의 경우 시간 근로를 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여기에 기업들 역시 문제죠. 기업들이 한 순간에 바뀌어 전일제 근로보다 시간제 근로가 훨씬 노동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하는 부분을 인지하는 게 쉽지 않겠죠.

그렇다고 2013년 도입한 정책을 30년 지난 2050년에 가시적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언제쯤 방 장관이 시간 근로제를 국내 노동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고, 도입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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