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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호철> 파생상품 하나에서도 창조경제 나온다
시카고옵션거래소 간판상품 VIX
변동성지수 아이디어로 부 창출
투자자 위험해지·국가불황 완화
창조경제는 인식변화에서 출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던 양적 완화 정책을 조만간 끝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예단하기 어려워, 주가와 채권 가격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위원장의 한 마디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이 불안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상품이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라는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올 들어 거래량이 크게 늘어 지난 4월에는 월평균 거래량 400만계약을 돌파했다.

변동성 지수는 향후 30일간 주가가 어느 정도 변할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숫자다.

시황 변동의 위험을 알려주는 이 지수 값이 커지면 시장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2008년 10월 리먼 사태 때 이 지수 값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요즘 널리 회자되는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가 된다. 창조경제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종전과 다른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을 만들어 고용이나 부의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변동성 지수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는 1986년 메니켐 브레너와 단 갈라이 교수의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요동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수치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하나의 수학 공식을 학술지에 발표했다.

상아탑에 머물던 이 아이디어를 시장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는 1992년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의해 이뤄졌다. 이 회사는 로버트 웨일리 교수에게 의뢰해 변동성 지수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이 회사는 이 지수를 골드만삭스와 함께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다음, 선물과 옵션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 변동성 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간판 상품이 됐다. 차제에 이 회사는 상품 공식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 외에 특허료 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또 이 상품의 성공에 힘입어 유럽선물거래소(Eurex)도 유럽형 변동성 지수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제 변동성 지수상품은 미국 시장을 넘어 커다란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나의 수식에 불과한 아이디어가 지수라는 금융상품으로 출시돼, 세계 시장에서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다. 더욱이 이 상품은 경제가 불안정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 불황에 강한 특성을 보인다.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을 관리하고 국가 전체로는 불황을 완화해줘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품이 출시되기까지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에는 미국에서도 현물을 주고받지 않고 단지 돈만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도박과 같은 투기로 인식했다.

그러나 1981년 미 규제 당국이 현물 거래가 따르지 않는 파생상품의 유용성을 인식해 이를 과감히 허용하면서 혁신적인 지수 상품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한국판 변동성 지수인 ‘VKOSPI’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이 지수를 파생상품으로 가공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창조적인 금융상품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파생상품이 부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하나’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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